'달리와 감자탕'에서 김달리 역을 연기한 배우 박규영.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조연이었던 한 배우는 불과 1년 만에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이제 홀로 극을 이끌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KBS2 드라마 '달리와 감자탕'의 배우 박규영 이야기다.
당시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던 박규영은 첫 지상파 주연작에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다소 생소한 미술관을 배경으로 명화만큼 매력적인 김달리 캐릭터를 완성했다. 물론 돈을 최고로 아는 진무학(김민재 분)과의 로맨스도 빛났다.
장르물이 대세인 시대, '달리와 감자탕'은 로맨틱 코미디로 승부수를 띄웠다. 박규영과 김민재는 발랄한 케미로 뭉쳐 로맨스에 목마른 시청자들의 갈증을 제대로 해소했다. 결국 5%를 돌파한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웠던 드라마의 로맨스와 코미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공은 이들에게 돌려도 좋을 것이다.
경제 관념이 없는 전 재벌가 딸과 안하무인 졸부 남자. 어찌 보면 다소 진부한 캔디형 서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박규영은 미술에 진심인 김달리의 전문성과 삶의 가치를 구체화하면서 입체적 캐릭터를 그려냈다. 이 작품이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달리의 '성장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달리처럼, 박규영도 이제 막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드라마는 '엔딩'이지만 박규영은 시작이다. 쉽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침착함과 굳건함은 어디에서 왔을까. 다음은 박규영과의 화상 인터뷰 일문일답.
'달리와 감자탕'에서 김달리 역을 연기한 배우 박규영.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Q 첫 주연작에 지상파 드라마였다. 자체 최고 시청률 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했는데 부담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달리와 감자탕'이 남긴 의미도 있을텐데
A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하고 종영하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는 것 같다. 진심을 다해서 모든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이 촬영을 해주셨는데 그게 통하는 게 아닌가 싶다. 너무 감사드리는 마음이 크다. 지상파 드라마이기도 하고 '달리와 감자탕'에서 '달리'를 맡게 돼서 부담감과 책임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제가 채찍질을 많이 해서 스스로 힘들게 하는 스타일인데 저를 그렇게 억누르기보다는 긍정적인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잘 표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김달리로, 박규영으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제가 꽉꽉 채워진만큼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에너지와 포용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단단하게 가지게 된 작품이다.
Q '달리와 감자탕'의 김달리는 회차를 거듭하며 성숙해졌다. 그 안에서 배우 박규영이 성장한 지점도 있을 것 같다A 달리의 성장은 '달리와 감자탕'을 촬영하는 기간 동안 제가 성장한 지점과 많이 닮았다. 내 20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달리는 고난과 역경에 처하지만 이를 신념을 갖고 헤쳐 나가는 와중에 주변의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으면서 이겨낸다. 저 역시 주연작이라는 부담감도 있었고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다.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도 나름의 단단함을 가지고자 많이 노력했다. 거기에 정말 열과 성을, 진심을 다해 사랑해주시는 감독님, 현장 스태프분들, 호흡을 맞춘 배우분들이 있어서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저도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한 위로와 응원,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Q 함께 로맨스를 그린 배우 김민재와의 호흡은 어땠나A 김민재 배우와는 '레슬러'라는 작품에서 만나기는 했지만 많이 호흡하지 못해 아쉬웠다. 당시에는 김민재 배우가 연기하는 걸 멀찍이 지켜보거나 그랬었다. 그 때도 멋있는 에너지를 많이 갖고 있고,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파트너로 만났을 때 '그 카리스마가 바로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부드럽고 유연한데 단단함과 우직함이 있는 배우다. 그런 에너지에 정말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촬영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만나고 싶다. 남매나 어떤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동료, 조력자 역할, 로맨스도 더 해봐도 재밌을 거 같다. 친해지고 편해져서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달리와 감자탕'에서 김달리 역을 연기한 배우 박규영.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Q 본인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라고 생각한다. 연기에 대해 가진 소신이 궁굼하다A 말하면서도 부끄럽긴 한데 연기의 성과든 제 행동이든 스스로 부끄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있다. 그래서 남에게 피해도 주고 싶지 않고, 제가 맡은 바를 부끄럽지 않게 잘 해내고 싶다. 올해를 보내면서 나 자신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은 마음에 채찍질을 많이 했는데 그거보다는 자신을 좀 더 돌아보고 안아주고 사랑한다면 더 단단한 박규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냥 계속 고민이 많은 한 생명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말씀해주셔서 제가 너무 감동 받았다. (웃음)
Q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색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은지
A 제 안에 뭔가 저만의 표현 방법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독특하게,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다. 그게 제 색깔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토대로 배우로서 잘 해내야 하는 부분들을 발전시키고 싶다. 도화지 같은 배우보다는 저라는 사람만의 색깔이 있다는 말을 듣는 것도 굉장히 감사하다. 구체적으로 무슨 색깔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에너지를 주는 호감 배우라는 말을 너무 듣고 싶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인간적으로는 그냥 편하게 별 부담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보고 있으면 건강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
Q '대세 배우'라는 수식어도 있다.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는 점이 있을까A '대세 배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게 어떤 마음이냐면 인간이 가지고 싶어하는 건 끝이 없더라.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어떤 오디션의 역할 딱 하나만 붙어도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되고 나니까 '이런 역할을 내가 하면 좋겠다', 근데 또 그걸 하고 나니까 계속 끝없이 욕심을 부리면서 '이러면 내가 좀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크기나 성과, 제 욕심을 생각하지 말고 기회가 오면 그걸 다 소중하게 생각해서 진심으로 표현하면 스스로 '제가 배우입니다'라고 해도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래서 저는 '대세 배우'는 아니고 그냥 연기하는 박규영이다.
Q 지난해 '사이코지만 괜찮아' '스위트홈'부터 올해 '악마판사' '달리와 감자탕'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2021년은 어떤 해로 남을까A 1년이 훌쩍 가더라. 올해는 정말 너무 많이 채운 것 같다. 남은 시간은 그냥 저를 꽉꽉 채운만큼 좀 비워낼 줄도 아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래야 또 새로운 걸 만났을 때 진심으로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제게 잊을 수 없는 한 해고, 너무 소중한 역할과 작품들이 저를 지나갔고, 담아준 한 해였다. 어느 순간만을 딱 꼽을 수 없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