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화성 IBK 기업은행 알토스의 경기. 1세트 김사니 IBK 감독대행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배구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IBK기업은행 사태. 선수와 코치의 항명으로 감독이 경질됐고, 해당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은 상황에 다른 팀 감독들이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 김사니 감독 대행은 지난 27일 경기도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 리그' GS칼텍스와 원정에서 상대 차상현 감독과 악수를 하지 못했다. 통상 경기 전 감독끼리 선전을 다짐하는 의미로 하는 악수를 차 감독이 거부한 것이다.
차 감독을 비롯한 다른 5개 구단 사령탑도 악수 거부의 뜻을 밝혔다. 기업은행이 사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김 대행과 악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기업은행은 주전 세터 조송화가 서남원 전 감독의 훈련 방법에 반발해 두 차례 팀을 무단 이탈했다. 구단에는 보고를 했지만 서 전 감독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두 번째 이탈 당시는 김사니 당시 코치도 함께 떠났다. 김 코치는 지난 19일 복귀했지만 조송화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구단은 21일 서 전 감독을 경질했다. 그러더니 김 코치에게 감독 대행으로 승격했다. 감독에게 항명한 코치에게 팀 운영을 맡긴 것.
김사니 대행은 지난 23일 흥국생명과 홈 경기를 앞두고 "서 전 감독으로부터 모욕적인 말과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 등 선수들도 이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서 전 감독은 폭언은 없었다고 정면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상황이 됐다.
기업은행 사태에 다른 팀 감독들은 악수 거부로 항의의 뜻을 나타내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기득권을 가진 남자 지도자들이 여성 지도자들의 진출을 막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 여성 배구인은 "김사니 대행은 선수 경력도 대단하고 충분히 지도자로서 대성할 가능성이 높은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까지 악수 거부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남성과 여성 지도자 사이의 알력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선수, 코치와 감독 사이의 갈등이 벌어졌을 때 구단이 상식적인 차원에서 제대로 처리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악수 거부 사태에 구단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다른 팀 감독님들이 악수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우리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일단 기업은행은 조송화에 대해 한국배구연맹(KOVO)에 상벌위원회 개최를 요청한 상태다. 오는 12월 2일 오전 9시 서울 상암동 KOVO 사옥에서 열리는 상벌위에 조송화가 출석할지 여부는 미정이다. 과연 기업은행이 초유의 악수 거부 사태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