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정치권이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기로 합의하면서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조치의 영향권이 1주택자로 한정되는 만큼 전반적인 집값에 영향을 줄만큼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은데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 등 갈아타기 장벽도 여전한 만큼, 이번 조치가 전반적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12억…"적절한 조치"
윤후덕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여야가 1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주택가격기준을 높이기로 합의한 배경에는 비과세 기준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12억 1639만원,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10월 통계 기준)가 12억 원을 돌파했는데 비과세 기준은 2008년 9억 원으로 높아진 뒤 13년 동안 유지되면서 실수요자들이 갈아타기 과정에서도 세금을 부담하는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과세 기준이 12억 원으로 상향조정 되면서 2년 전 8억 7천만 원에 샀던 주택을 실거주 후 12억 원에 팔면 양도세는 1500만원 가까이 줄어든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약 2년 전인 2020년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8억 6997만원이다. 2년 실거주를 전제로 10억 원에 샀던 주택을 20억 원에 팔 때 양도세는 4천만 원 가까이 줄고 8억 원에 산 주택을 16억 원에 팔 경우 양도세가 6천만 원에서 900만 원대로 준다.
이와 관련해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김효선 부동산 수석위원은 "서울 평균 집값이 아파트를 기준으로 12억 원이 넘은 상황에서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비과세 기준이 완화된 것은 시의적절하고 긍정적인 조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매도 계획이 있는 집주인들은 영향 있겠지만 추가 매물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정부는 이번 조치가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양도세 완화가 잘못된 시그널로 가서 부동산 가격 불안정을 촉발하지 않을까"라며 비과세 기준 완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비과세 기준 완화가 부동산 시장 전반에 미칠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초 비과세 이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내 입주 2년차 아파트 단지 인근의 부동산 관계자는 "당초에 매도 계획이 있는 집주인들은 모르겠지만 비과세 기준이 완화되는 것을 계기로 갈아타기를 계획하거나 (내야할 세금이 줄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감안해) 집값을 조정해서 팔겠다는 집주인들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서대문군의 한 부동산 관계자도 "(비과세를 받아) 세이브 되는 금액이 있다고 매도계획이나 매도가를 변경할 가능성을 내비치는 집주인들 상담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 완화가 기존에 주택 매매 계획을 가진 사람들에게 제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신규 거래를 촉발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1주택자 갈아타기 제약 여전…양도세만 완화해선 한계"
연합뉴스시장이 양도세 비과세 기준 완화의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이유는 그 영향권이 1주택자들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1주택자의 경우도 양도세 부담이 낮아진다고 해도 취득세와 보유세 등 다른 세금 부담과 강도 높은 대출 규제는 여전히 받기 때문에 갈아타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114 윤지해 수석연구원 "집값이 많이 올라 취득세와 보유세 등 세부담과 중개수수료와 이사비용 등 주택 거래 비용이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높아졌고 강도 높은 대출규제까지 더해져 1주택자라도 해도 이동이 쉽지 않다"며 "양도세 부담만 완화됐다고 갈아타기가 원활해졌다고 보기 어렵고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비과세 완화 조치로) 신규 매물이 출회하며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변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1주택자의 세부담이 다소 줄어든 만큼 주택 거래 시장에 다소 나마 숨통은 트일 것이라는 전망은 나온다.
KB부동산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 원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고 봐야한다"면서도 "(12억 원 이하)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가 다소 늘어나면서 시장에 숨통이 트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와 대출 규제 완화 등 신규 매물 증가와 매매 활성화를 위한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선 수석위원은 "지금 다주택자들을 상담해보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크다보니 매각을 고려하려고 해도 (최대 75%) 양도세 부담으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일시적으로라도 완화해주면 시장에 매물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