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박종민 기자검찰이 도이치모터스 권오수(63·구속) 회장을 주가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의혹에 연루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49)는 처분을 내리지 않은 채 계속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권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권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3년간 이른바 주가 조작 '선수'로 불리는 시세조종꾼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 권 회장 등은 주가 조작 과정에서 가장·통정매매와 고가매수·허위매수 등 이상매매 주문을 7804차례나 제출했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식 1661만주를 매집해 대량매수세를 형성하고, 매도 통제나 주가 방어 등 수법으로 주가를 띄웠다.
권 회장이 '선수' 이모씨에게 주가 조작을 의뢰한 때는 지난 2009년 11월로 조사됐다. 도이치모터스가 한해 전인 2008년 우회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하자 권 회장이 주가 조작 범행을 계획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씨는 2009년 12월부터 약 9개월 동안 다른 '선수'들을 기용하거나 권 회장에게서 소개받은 투자자들의 주식을 바탕으로 주가 조작을 실행했다. 그러다가 2010년 9월 기존 투자자들의 이탈로 주가 부양이 불발되자 권 회장은 '선수'를 A씨로 바꿨다.
증권사 임원이었던 '교체 선수' A씨는 2010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도이치모터스에 우호적인 분석 자료를 내놨다. 또 투자자문 운영자 B씨와 증권사 동료 직원 C씨를 끌어들여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했다. 이 기간 주가는 2000원대에서 약 8000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다가 도이치모터스의 신규 사업과 대규모 투자 유치가 불발됐고, 주가가 다시 3000원대 초반까지 장기간에 걸쳐 하락하자 이들 A씨 등 일당은 주가 하락 방어에 나섰다. 도이치모터스의 250억원어치 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 이슈를 계기로 인위적인 대량 매집에 나서 주가를 띄우는 식이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권 회장이 챙긴 부당이득만 약 82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검찰이 구속 기소한 피고인은 권 회장을 포함해 '선수' 이씨와 A씨 일당 3명 등 모두 5명이다. 주가 조작 범행을 알고도 도이치모터스의 주식을 매입하거나, 자신의 계좌를 이용해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한 9명은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기소했다.
관심이 모아졌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경우 별도 처분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있는 주요 인물 등의 사건 가담 여부는 계속 수사를 진행중"이라고만 언급했다. 이번 사건에서 김건희씨는 '선수' 이씨를 거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돈을 댄 이른바 전주(錢主)로 지목돼왔다. 실제 김씨의 계좌를 맡아 관리한 인물도 이씨였다.
검찰은 쟁점이 됐던 공소시효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일각에서는 경찰 내사 기록에 따라 '선수' 이씨의 범행 시기가 2010년 5월이라 공소시효 10년이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시효가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권 회장이 처음 주가 조작을 의뢰한 '선수' 이씨의 범행 가담 기간은 2010년 9월까지였지만, 범행 과정에서 이씨가 A씨를 주가 부양에 끌어들이고 권 회장이 주포를 이씨에서 A씨로 교체했다"며 "순차 공모로 범행을 계속함으로써 전체 범행은 2012년 12월까지 지속되고 공소시효도 2022년 12월에 만료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를 고의적으로 방치했다는 지적에는 "주가 조작 사건은 매우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라며 "오랜 계좌 추적 등으로 공모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등 수사 난이도가 매우 높은 사건이라 실체 파악에 장기간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