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매대행 전문 온라인스토어 캡처▶ 글 싣는 순서 |
①구매대행한 일본 국민 감기약, 알고보니 한외마약 '주의' (계속) |
서울의 한 종합병원 약사인 A씨는 환자가 복용 중인 약을 파악하기 위해 상담을 하던 중 '파브론골드A'라는 유명한 일본 감기약을 사서 먹는다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정식으로 수입되는 일본 약 중에 유명한 게 많지 않아 이상해하며 성분을 알아봤다.
그런데 '파브론골드A'에 한외마약으로 분류된 디히드로코데인이 함유돼 있었다. 당연히 일반의약품이 아닌 의사 처방전 없이 구입이 불가한 전문의약품이다.
한외마약이란 마약 성분이 혼합돼 있으나, 그 성분으로 마약을 다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고 먹어도 습관성이 나타나지 않는 약품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25일 A씨의 신고를 받고 '파브론골드A'를 구매대행하는 사이트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차단 요청 등을 조치했다.
약사법 제44조에 따라 약국 개설자 등이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으며, 제50조 제1항에 따라 약국 개설자 등도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온라인 등)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 또 제61조 제1항에 따라 누구든지 위조의약품 또는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저장·진열해서는 안 된다.
식약처는 향후 이 사이트와 제품 등에 대한 추가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법령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조치하는 한편, '파브론골드A'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쇼핑몰(네이버 등에) 제공해 의약품 판매 광고의 신속한 차단과 자율적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씨는 "한외마약은 마약 함량이 높지 않지만, 일반인이 집에서 마약류를 모르고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사이트 차단만으로는 소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식약처에서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빨간색 네모칸 안에 적힌 지히드로코테인린산염은 한외마약이다. 일본 구매대행 전문 온라인스토어 캡처식약처 조치에도 판매 계속돼…약사회, 오남용에 부작용 우려
파브론골드A는 역시나 식약처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다른 구매대행 사이트들을 통해 판매가 계속되고 있었다.
네이버에서는 최근까지도 '감기 초기에 제격인 일본 국민 감기약, 직구 구매가 가능한 효과 직빵약, 환절기에 필수템, 감기 없앴어요, 덕분에 잔병치레 예방해요' 등 제목의 글들이 많이 올라와 이 약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블로거는 한 일본 구매대행 전문 온라인 스토어를 소개하며 구매 방법과 효능, 복용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하루 만에 배송을 받았다는 인증 사진도 함께 올렸다.
'파브론골드A'를 검색하며 나오는 추천 글들. 네이버 검색 캡처하지만 이 약이 한외마약이라거나 전문의약품이라는 설명은 없었다. 구매자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블로거가 소개한 일본 구매대행 전문 온라인스토어도 마찬가지다. 디히드로코데인 등 성분, 효능, 구매 방법 등만 적혀 있었다. 파브론골드A는 할인 세트상품으로 44포 3개 세트에 7만500원에 살 수 있었다. 배송비는 8900원이다.
이곳 뿐만이 아니라 일본 구매대행으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 스토어 5곳이 '파브론골드A'를 팔고 있었다. 들어간 곳마다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코데인(코데인인산염수화물 또는 디히드로코데인인산염)이 포함된 파브론골드A 등 감기약은 지난 2019년부터 12세 미만에게 사용할 수 없다. 기침을 멈추는 작용이 있는 코데인이 호흡곤란 등의 중독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연령제한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미국 등에서는 2017년부터 사용이 엄격해졌다.
대한약사회는 파브론골드A 같은 전문의약품을 의사의 처방 없이 사서 복용할 경우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약사회 오인석 이사는 "파브론골드A처럼 해외에서 일반의약품이지만,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인 성분이 다수 있다"며 "전문의약품들이 일반적으로 효과가 강하지만, 부작용도 더 많다"고 했다.
이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함부로 먹지 못하게 의원과 약국을 통해서 취급할 수 있게끔 두 개의 관문을 만드는 것"이라며 "직구로 국내 전문의약품 살 수 있는 건 국내 관문을 없애는 거기 때문에 오남용에 큰 문제가 되므로 식약처가 조금 더 엄격한 통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