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오른쪽)와 김한길 새시대 준비위원원장 20일 서울 여의도 위원회에서 영입인사 환영식을 갖고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2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대위가 신지예 전 녹색당 대표를 새시대준비위에 합류시킨 것을 두고 선대위를 제외한 국민의힘 전반이 우려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정당성이 부족해 보이는 신 전 대표의 변심에 여성 표심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당 정체성과 상반되는 인선으로 열성 지지층이 등을 돌릴 것이란 지적이 내부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날 오전 신지예 전 녹색당 대표를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을 축하하는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윤 후보는 여성 인권과 탈원전 등 진보 의제에 집중해 온 신 부위원장의 행보를 의식한 듯 "'기존의 국민의힘과 생각이 다른 분들이 와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많이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새로운 영입 인사들을 통해 국민의 지지기반도 더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 더 확장을 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00가지 중 99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 뜻 하나만 같다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론을 재차 설파한 것이다. 신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대화를 해보면 국민의힘에 계신 분들과 큰 차이가 없다"며 포용했다.
20일 여의도 새시대 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김한길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황진환 기자선대위가 신지예 영입으로 노리는 포석은 명확하다. 2030 남성들의 지지세는 뚜렷한 상황에서 윤석열 후보의 약점인 2030 여성들의 지지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김한길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 수석부위원장이 역할을 할 공간이 넓고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젊은 여성층은 아직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 못 한 분들이 제일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대위는 신 부위원장의 영입과정에서 일정한 여유 공간을 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이고, 신 부위원장도 자신의 색깔을 숨기지 않았다. 신 부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미래를 연다는 마음으로 젠더 민주주의 실천, 불평등 해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고 막힌 대한민국 정치가 역동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결이 다르기에 더더욱 내부에서 제 목소리를 지우지 않고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신 부위원장은 국민의힘의 'N번방 방지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윤석열 후보와 이야기를 나눴고, 윤 후보의 '경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 내 탈원전 반대 움직임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논의해 나가자 제안 드리고 있다"며 "합의 되지 못한 내용 같은 경우는 대통령 직속의 기구를 하나 둬서 '사회문제 해소위원회' 같은 것을 둬 정권 창출 이후 계속 이야기할 수 있지 았겠느냐"고 했다. 일단은 기존 논의가 뒤바뀔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당내 주류 의견과 달라도 너무 다른 목소리가 표출되는 것에 우려가 앞서고 있다. 특히, 당내 열성 지지층으로 급부상한 2030세대 일부 남성들의 외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하태경 의원은 "젠더 갈등 가볍게 바라보는 윤석열 선대위가 우려스럽다. 젠더 갈등 격화시키는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을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이준석 대표도 방송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강성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조류와 행보를 같이 한다면 구성원들이 강한 비판을 가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라며 영입 발표날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하태경 의원과 이준석 대표는 신지예 전 녹색당 대표의 영입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했다. 윤창원·황진환 기자당장 2030 젊은 남성 중 일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탈당 인증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30 남성들의 실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하지만 이들의 온라인상 움직임이 실제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권교체를 위한 '반문 빅텐트' 행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2030 여성 페미니스트 1명을 영입했다고 우리를 선택할 리 없다"며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필요하지 단순히 인물을 내세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대위 내부에서도 윤 후보의 추상적인 통합 행보가 2030 남녀 모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에게는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화롭게 녹여내는 것이 정치권이 할 일이라는 생각이 있다"며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계층의 젊은 인재들을 모시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