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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댈 곳 없다" 어린이보호구역 노상주차장 폐지에 주민 '부글부글'

부산

    "차 댈 곳 없다" 어린이보호구역 노상주차장 폐지에 주민 '부글부글'

    핵심요약

    스쿨존 주정차금지 겪어 온 주민들, 주차장 폐지에 "폭발 직전"
    학교와 거리 멀어도, 도보 통학 학생 없어도 '일괄 폐지'
    부산 기초단체별로 폐지 시기·방법 각양각색
    구 의회서 "법 유예", "절충안 마련" 목소리 이어져

    부산 사상구 한 초등학교 인근 노상주차장에 주차장 폐지 알림 공고가 붙은 모습. 박진홍 기자부산 사상구 한 초등학교 인근 노상주차장에 주차장 폐지 알림 공고가 붙은 모습. 박진홍 기자주차장법 개정으로 인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노상주차장 폐지가 눈앞에 다가오자, 주민들이 주차난이 가중될 거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지역 기초단체들의 폐지 시기나 방법이 제각각인 가운데, 주민 불편을 덜어 줄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산 사상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학교 담벼락 아래 그어진 주차선 안에 차량이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주차 차량 옆으로 걸린 '어린이보호구역 내 공영주차장 폐지 알림'이라는 현수막에는 해당 주차장을 다음 달 1일 자로 폐지한다는 공지가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
     
    부산 사상구 한 초등학교 인근 노상주차장에 차량이 주차 중인 모습. 박진홍 기자부산 사상구 한 초등학교 인근 노상주차장에 차량이 주차 중인 모습. 박진홍 기자학교 정문 근처에서는 '주정차금지' 안내와 견인을 경고하는 문구가 곳곳에서 보였다.
     
    학교 정문 앞에는 노란색 통학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정문이나 후문에서 곧바로 통학 차량에 올라 집이나 학원으로 향했고, 인도를 걷는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정문 인근에 있는 한 공구가게 앞에서는 1t 화물차가 멈춰 서자 가게 주인이 뛰어나와 물건을 운전자에게 전달한 뒤, 빨리 차를 빼라는 의미로 허공에 손을 내저었다.
     
    학교 인근 상인들은 앞서 시행된 '스쿨존' 주정차금지에 더해 현재 사용 중인 노상주차장까지 곧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볼트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64)씨는 "이 일대는 모두 공장이고 각종 부품 파는 곳만 있는데, 차를 못 대면 출퇴근도 일도 할 수가 없다"며 "대부분 공장 직원들이 노상주차장을 이용하는데, 이를 없애고 주차 차량에 과태료를 물리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품 업체 사장 강모(65)씨도 "지금도 잠시 정차했다가 과태료를 부과받은 게 우리 매장을 찾아온 손님들 것까지 포함해서 200만 원이나 된다"며 "상황이 이런데 주차장까지 없앤다고 하니, 학생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느낌"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학교 주변 노상주차장은 이 일대 공장도, 공장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들도 이용하는데 차를 못 대면 지금보다 사태가 더 심각해진다"며 "학생 등·하교 시간만 주차나 정차를 금지하고, 나머지 시간은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산 사상구 한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 차량이 통행 중인 모습. 학교 정문 앞에 학생을 실어 나를 통학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부산 사상구 한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 차량이 통행 중인 모습. 학교 정문 앞에 학생을 실어 나를 통학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이곳처럼 전국 지자체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차장을 없애는 것은 지난 7월 시행된 개정 주차장법에 따른 조치다.
     
    이 법에 따라 각 지자체는 통상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반경 300m로 지정되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노상주차장을 지체 없이 폐지해야 한다. 부산은 노상주차장 2700여 면이 대상이다.
     
    하지만 부산지역 기초단체들의 폐지 시기와 방법은 제각각인 데 더해, 폐지 이후 주차공간 확보도 당장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사상구는 다음 달 1일 자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차장 300면 전체를 일괄 폐지할 계획인데, 이에 대비할 공영주차장 건설은 빨라야 2023년으로 예정돼 주민 불편이 예상된다.
     
    주차장 195면을 없애야 하는 부산진구는 시설 주 출입구와 맞닿은 91면부터 이달 말 폐지하고, 나머지 104면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없앤다는 단계적 폐지 계획을 세웠다.
     
    주민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미봉책인데, 부산진구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확보 가능한 대체 주차장은 70여면에 불과하고 추가 확보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예정이다.
     
    이 밖에 북구와 서구 등은 각각 내년 상반기, 다음 달 중으로 주차장을 폐지한다는 구상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 대체 주차장 확보 방안 등은 명확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내 길가에 차량이 주차된 모습. 박진홍 기자부산 사상구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내 길가에 차량이 주차된 모습. 박진홍 기자상황이 이렇자 주민들의 주차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어린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부산 북구의회는 지난 9월 어린이보호구역 내 노상주차장 폐지 관련 결의문을 채택해 국회와 정부 등에 제출한 바 있다.
     
    폐지되는 주차장 면수에 상응하는 공영주차장 등이 확보될 때까지 법 집행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거나, 지자체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부산 사상구의회는 21일 본회의에서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비' 예산 5천만 원을 배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노상주차장을 일괄 폐지하는 것보다는, 통학로와 직접 맞닿아있지 않아 노상주차장을 운영해도 안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곳은 없는지 찾아보자는 취지다.
     
    사상구의회 장인수 의원은 "어느 날 갑자기 노상주차장을 전면 폐지하면 불법주차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불편을 겪게 된 주민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을 기피시설로 인식하는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용역 결과를 보고 어린이들이 정말 통학하기에 위험한 지역은 안전을 지금보다 더 확보하는 반면, 학생이 잘 다니지 않는 지역은 최소한의 주차면을 살려야 한다"며 "학교장·시설장이 동의하고, 경찰서와 구청이 협의하면 어린이보호구역을 조정하는 게 가능한 만큼 지금이라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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