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단 전경. 여수시 제공전남 동부 지역 산업의 중심인 여수국가산단은 올 한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나홀로 호황'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산단인 여수국가산단은 정유와 석유화학 업종의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생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수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올해 3분기 지역경제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21년 3분기 생산 실적은 약 20조186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1조 9443억 원보다 무려 69%가 증가했습니다.
여수산단 기업들의 수출 실적도 85억 5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43억 1700만 달러와 비교해 98.2%,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 분기와 비교할 때에도 생산 실적은 9.7%, 수출 실적은 21.2%가 각각 늘어난 겁니다.
GS칼텍스 야경 항공사진. GS칼텍스 제공주요 대기업들의 개별 실적을 보면 GS칼텍스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9조 79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4% 상승했습니다. 영업이익도 39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9% 증가했습니다.
GS칼텍스가 호실적을 기록한 건 국제유가 상승과 정유제품의 마진이 오르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GS칼텍스는 정유 부문 매출이 전분기보다 16.6% 증가한 7조 411억 원, 영업이익은 42.0% 증가한 1907억 원을 기록했다며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난데다 정제마진 상승으로 정유사업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LG화학도 올해 3분기 10조 6102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7266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6%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볼트전기차 리콜에 따른 일회성 요인으로, GM리콜 충당금 6200억 원을 제외하면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추정치인 1조 2천억 원을 넘을 전망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4분기에도 LG화학 영업이익이 조단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LG화학 화치공장 항공사진. LG화학 제공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상반기 창립 이후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3분기에도 호조세가 이어졌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6253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5% 증가했습니다.
이는 창립 이래 최대 영업이익이었던 지난 2분기 7537억 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직전 기록이었던 지난 1분기 6125억 원보다 늘어난 수칩니다.
3분기 매출액도 2조 2363억 원으로 88.2% 늘었는데, 이전 최대 실적을 보인 2분기 2조 1991억 원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이웃사촌인 광양국가산단에 위치한 포스코 광양제철소도 올 한해 호황을 누렸습니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64%가 늘어난 3조 11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직전 분기 2조 201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는데 불과 1분기만에 기록을 깬겁니다.
철강 분야가 이처럼 호조세를 보인 건 중국의 철강 감산 정책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라는 분석입니다.
철광석 가격은 하락한데 반해 중국이 철강 감산과 수출량 축소를 선언, 철강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조선, 건설, 자동차 등이 회복되면서 철강제품 수요가 늘어난 것도 수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철강 수요산업 호조로 열연, 후판, 도금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하고 내수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익이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여수시 제공이처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여수와 광양 국가산단의 입주 기업들이 호황을 누린 반면에 다른 분야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졌습니다.
여수지역의 수산업은 3분기 어획고 8796t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9.7% 감소했고, 위판액 역시 413억 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5.8% 감소했습니다.
3분기 철도 이용객수는 승차 인원 19만 8778명, 강차 인원 20만 62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승차 2.8%, 강차 5.6%가 각각 감소했습니다.
반면 3분기 여수공항의 이용객수는 27만 504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6% 증가했고, 전 분기에 비해서는 12.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역별로는 여수~서울간이 20만 56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3% 증가했으며, 여수~제주간은 6만 944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증가했습니다.
올해 3분기 여수를 방문한 관광객은 191만 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수국가산단 환경관리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 위원회 회의. 최창민 기자지역 사회에서는 여수와 광양 국가산단의 환경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김회재, 서동용, 소병철 등 전남 동부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2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양제철소 인근 주민들은 지난 수십 년간 제철소에서 날아오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고통받고 있으나, 포스코는 환경보호를 위한 조치는커녕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포스코는 수십 년째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인근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역민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여, 환경개선을 위해 이미 약속한 친환경 기술개발과 투자를 이행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여수국가산단에서는 배출량 조작 사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를 두고 1년 내내 시민사회와 가해 기업들 간의 신경전이 이어졌습니다.
여수산단 민관협력 거버넌스는 23차례 회의 끝에 권고안 9개항에 합의했지만 기업들이 난색을 보이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권고항 9개는 위반업체 민관 합동조사, 배출시설 현장공개, 환경오염 실태조사, 건강역학조사, 환경감시활동 강화와 센터 운영, 측정망 설치와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위반업체 환경개선대책, 지도점검 인력과 장비 충원, 행정기관 역할 등입니다.
2019년 4월 배출량 조작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7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해를 넘길 전망입니다.
여수 공장 화재영상. 소방청 제공여수국가산단에서는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1월에는 여수산단 A업체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석탄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5월에는 B업체에서 공장 보일러 배출수 이송 작업 중 수중펌프 PVC 호스 연결부위가 고온의 폐수로 인해 이완되어 근로자 1명이 중대 화상 사고를 입었고, 6월에는 여수산단 협력사 직원이 도시락배달 차량에 치어 숨졌습니다.
8월에는 한 석유화학 공장에서 전기판넬 점검을 하던 20대 직원이 감전 사고로 숨졌고, 9월에는 또 다른 석유화학 업체의 프로판 저장탱크 검사 작업자가 호흡곤란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3일 오후 1시 40분쯤 여수산단 내 이일산업에서는 탱크 상부에서 유증기 회수 장치 설치를 위해 나사를 체결하던 중 폭발이 발생해 노동자 3명이 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