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마크 제공 배우 장영남(49)이 연극 '엘렉트라' 이후 4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다. 연극 '리차드3세'(1월 11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개막)를 통해서다.
장영남은 지난 1년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드라마 '검은 태양', '악마 판사', 영화 '서복' 등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리차드3세'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그는 긴장 반, 설렘 반이다.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장영남은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했다. 어딘가 허전한 마음이 들면 연극을 찾게 된다. '리차드3세'는 저의 헛헛함을 채워주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리차드3세'는 친족과 가신을 모두 숙청하고 권력의 중심에 서는 악인 리차드3세의 면모를 다룬다. 장영남은 리차드3세의 형수인 엘리자베스 왕비 역을 맡아 리차드3세와 피로 얼룩진 권력 쟁탈전을 벌인다. "엘리자베스 왕비는 생존력이 강하지만 권력에 대한 탐욕이 강한 인물이에요. 권력 싸움 가운데 자녀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엄마이기도 하죠. 모성애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연습하고 있어요." 그가 꼽는 엘리자베스 왕비의 명대사에도 진한 모성애가 드러난다. '파괴여, 죽음이여, 학살이여! 내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갈 것이라면 차라리 어서 다가와라. 나 어머니라는 신성한 이름으로 버텨낼 테니.'
리차드3세를 연기하는 황정민(52)과의 호흡에도 기대감을 표시했다. 황정민은 고등학교(계원예고), 대학교(서울예대) 직속 선배다. 영화 '국제시장'에선 엄마와 아들을 연기한 적도 있다. 장영남은 예나 지금이나 황정민이 무대 안팎에서 내뿜는 에너지가 엄청나다고 감탄했다. "2018년 '리차드3세'를 직관했는데 무대에서 에너지를 다 쏟아붓는 모습을 보고 '역시 황정민이구나' 했죠." 당시 느꼈던 감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황정민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연습해요. 새로 합류한 배우들 대사 다 맞춰주고 '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열심히 해요. '역시 황정민이구나' 싶죠."
셰익스피어 작품은 연극배우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장영남은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리차드3세' 등 세 작품을 공연했다. '리차드3세'의 경우 '엘렉트라' 공연이 잡혀 있어 2018년 초연은 참여하지 못했지만 2004년 '꼽추, 리차드3세'에서 '앤'을 연기했다. 장영남은 "고전 작품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지만 마치고 나면 배우로서 단단함이 생긴다"며 "인간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기 때문에 시공간을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리차드3세' 관전포인트도 짚었다. "황정민의 원맨쇼를 볼 수 있어요. 고전이라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야기 전개 속도가 빨라서 끝날 때까지 '순삭'이죠."
앤드마크 제공27년차 배우 장영남에게 연극은 고향 같은 곳이다. 극단 '목화'에서 연기생활을 시작한 장영남은 "무대는 배우로서 생명력을 불어넣어준 공간이다. 무모할 정도로 자신을 내던지고 치열하게 즐겁게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연극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에서 1인6역을 하면서 '내가 살아있구나' 느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도 연극 '분장실'에서 연기했던 'D'에요." 이순재, 신구, 정동환 등 70, 80대 나이에도 꾸준히 무대에 서는 원로배우를 보면서 느끼는 점도 많다. "그 연세에 무대를 책임지는 모습은 경이로워요. 올해 쉰 살이 됐는데 허튼 생각 하지 말고 배우의 길을 자분자분 열심히 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