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 Fed)이 긴축 시간표를 예상보다 훨씬 앞당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은 물론이고 주요국의 자본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공개된 미국 Fed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긴축'을 예고하고 나섰다.
참석자들은 "경제, 노동시장, 인플레이션 전망을 고려할 때 앞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또는 더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까지는 이미 예상된 수순이었다. 연방준비제도는 12월 FOMC 직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기존 보다 3개월 앞선 오는 3월까지 마무리하고 이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일부 참석자들이 "기준금리 인상 시작 후 상대적으로 조기에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이는 것은 보유자산 축소를 의미한다. 그동안 Fed가 사들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시장에 다시 내다파는 것으로 '양적기축'으로 불린다.
Fed는 최근 2년여간 천문학적 규모의 채권을 사들였다. Fed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8조 7570억달러(약 1경 491조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20년 2월 말(4조 1590억달러) 대비 두배 이상 증가한 상태다.
연합뉴스지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긴축행보를 살펴보면 '테이퍼링 → 기준금리 인상 → 양적기축'의 순서로 긴축이 진행됐다. 다만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단계별로 1~2년에 시차를 두고 긴축 절차가 진행됐다.
그런데 가뜩이나 테이퍼링 직후 바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시장이 불안해 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동시에 긴축의 마지막 단계인 양적기축까지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도 바로 반응했다.
당장 회의록 공개 당일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7% 하락한 36,407.11, S&P 500 지수는 1.94% 하락한 4,700.58에 장을 마쳤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34% 급락한 15,100.17에 거래를 마감했다.
우리 증시도 마찬가지로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3% 하락한 2920.53에 장을 마치며 전날에 이어 연이틀 1%대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닥도 2.90% 하락한 980.30으로 장을 마감하며 폭락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3개월여 만에 1200원을 돌파했다.
그밖에 5~6일 사이 독일 DAX30, 프랑스 CAC40, 일본 닛케이225, 호주 ASX 등 주요국 증시가 1~2%대 급락세를 보였다. 가상화폐 역시 충격을 받으며 가상화폐 시총 1위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회의록이 공개된 뒤 하루 사이 이전 대비 6~8% 가량 급락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통상 긴축 일정이 본격화되면 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며 그동안 저금리와 유동성을 바탕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주식과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6일 "최근에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밸류에이션(가치) 측면에서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사실 그런 부분(긴축 정책)들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내외 경제금융환경 불확실성도 커졌다"면서 "필요하다면 컨티전시플랜(비상계획)에 따라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