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윤창원 기자 작년 보궐선거로 개인 통산 세번째 서울시 수장이 됐지만 올해 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예산문제로 부딪쳐온 시의회를 연일 맹공격하면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오 시장이 문제가 많다며 대폭 삭감한 박원순 전 시장 사업 예산은 되살리고 오 시장의 선거공약 사업 예산은 대거 삭감해 갈등했던 시의회가 중간지점에서 합의해 간신히 예산을 통과시켰지만 동시에 시장의 발언을 중지시키고 퇴장시킬 수 있는 조례를 만든 것이 기폭제가 됐다.
오 시장 취임초 서울시와 시의회가 협약을 맺는 등 '협치'를 강조했지만 시의회 전체 110석 중 99석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인 오 시장과의 힘겨루기와 갈등은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연말 시의회는 '서울시의회 기본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해 서울시장, 서울시교육감 등 공무원에게 사과를 강제할 수 있도록 문구를 삽입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의장 또는 위원장은 시장이나 교육감이 허가 없이 발언할 경우 발언을 중지시키거나 퇴장을 명할 수 있다. 퇴장당한 시장·교육감은 의장이나 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사과해야 회의에 다시 참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사과는 스스로 반성하고 판단해 하는 것이지 강요받을 성격이 아니다"라며 "다만 법이나 조례로 양심을 강제할 수 있고 표현을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서울시 의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것이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사실을 여러 언론이 지적했음에도 기어코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라는 당명이 무색하다"며 "근원적으로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력이 민주세력 아니었던가"라고 날을 세웠다.
오 시장은 이어 7일에는 "시의회가 월세난민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시의회가 올해 서울시가 새롭게 도입하려던 민간 참여형 장기전세주택('상생주택') 예산 약 40억원 중 97.4%를 감액해 월세난을 해소하려는 시도조차 틀어막았다"며 "'월세난민'의 아픔을 공감한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글에 '예산 시리즈 1-장기전세주택'이라고 붙여 향후 시의회의 예산 삭감을 계속 비판할 것임을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인호 시의회 의장이 "오 시장께서 예산 삭감을 수용했다. 복원해달라는 일체의 요청조차 없었다"며 유감을 표하고 "시민들을 먼저 생각하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오는 6월 선거를 앞둔 상태여서 오 시장과 의회간의 갈등 구조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한번 더 이긴다면 수도 서울을 네번 이끈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로 부상하며 대권 도전에 유력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 만의 컴백에도 불구하고 자칫하면 1년 짜리 시장으로 끝날 수도 있어 선거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공정한 서울, 다시 뛰는 서울을 기치로 청년 일자리와 도시 경쟁력 제고, 공급에 초점을 맞춘 주택정책, 복지강화, 계층간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시스템 구축 등 추진 중인 이른바 '오세훈표' 정책의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좋지만 주어진 시간이 짧다.
오 시장 입장에서는 '잘하려고 하지만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회가 발목을 잡아 어렵다'는 비판과 논란이 기존 표심을 잡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독해져야 할 이유가 충분한 셈이다.
예산심의와 의결이라는 권한을 쥔 시의회 안팎에서는 의석의 힘으로 일종의 시장 길들이기(?)를 할 수도 있지만 과도하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는 해, 코로나19 속 갈수록 결연하고 독한 또 화려한 말의 성찬이 이어질 것인데 결국 시민들이 투표로 결과를 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