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조 바이든 후보. 연합뉴스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후보 사이 힘의 균형을 깬 집단으로는 흑인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가 가장 먼저 꼽힌다.
특히 MZ세대는 전통적으로 스윙보터(부동층)였던 기존 20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반트럼프 전선의 첨병 역할을 자임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MZ세대 중 최소한 Z세대는 당분간 강력한 민주당 지원그룹 세력으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Z세대가 7천만명에 이르고 정치참여 성향이 강한데다 반공화당, 친민주당 성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정치연구원 존 델라 볼프 원장이 19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신간 '싸움: Z세대는 미국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두려움과 열정을 쏟아냈나'도 이런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우선 볼프 원장에 따르면 Z세대로 분류되는 18세~29세의 연령층의 2020년 대선에서의 투표율은 53%로 1988년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2016년과 비교해도 43%에서 10% 포인트 정도 급등했다.
볼프 원장은 18일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Z세대가 정치 참여에 적극성을 띄게 된 원인을 5가지로 요약했다.
△월가점령시위 △플로리다 고교 총기참사 △조지 플로이드 사건 △그레타 툰베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Z세대를 움직였다는 것이다.
월가점령시위는 Z세대의 선배세대인 밀레니얼(M)세대가 주축이 돼 경제불평등을 정치영역으로 끌어들인 사건이다.
플로리다 고교 총기참사는 2018년 2월에 발생한 총기 사건으로, 고교생이 쏜 총에 17명이 목숨을 잃은 참극을 말한다. 이후 당시 사건 현장에서 살아남은 고교생들이 총기 규제를 위한 전국적인 시위를 이끌어 주목을 받았다.
조지 플로이드 벽화. 연합뉴스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2020년 미국 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던 흑인차별 사건이다. 흑인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을 촬영해 세상에 알린 주인공도 바로 17세 Z세대였다.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지구적 이슈로 만드는데 공헌한 스웨덴의 10대 유명 인사다.
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열거한 사건 및 현상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은 데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미국 분열에 앞장선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볼프 원장은 이날 공영라디오 NPR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Z세대를 9.11 테러와 글로벌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으며 자랐고, 각종 총기사고, 인종차별, 코로나19 등 여러 사회 현상과 마주하며 때로는 실존적 고민 속에 성장해 온 세대라고 설명했다.
실제 케네디 스쿨 정치연구원 최근 조사에서도 몇 주 동안 몇 차례 이상 불안감, 절망감, 우울감, 고립감 등을 느꼈다고 말하는 젊은 층이 절반을 넘었고, 25%는 자해를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청년 세대가 2020년 투표장에 몰려간 것도 그들이 정치의 중요성, 필요성을 자각해 단결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Z세대의 행태에서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한다.
바로 우리의 '일베' 같은 현상이다.
볼프 원장은 "사람들이 우울해지고 고립되면 포기하기 마련이다. 걱정되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이 온라인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이념에 동의하지도 않으면서 어떤 종류의 커뮤니티를 찾거나, 어떤 때는 그 곳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기도 한다. 극우 단체나 증오단체, 또 1월 6일 의회폭동 가담세력 등 말이다. 지금 Z세대 가운데는 그런 취약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 특히 젊은 남성들이 많다는 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