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스페셜 앨범 '리카 리카'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연 여성 아이돌 그룹 네이처. 네이처 공식 페이스북"서로에게 미안하지만 각자의 길 걷는 게 맞다고 생각해""이러려고 내가 일본에서 왔다고 생각하면""난 뭐지, 이러고 괜히 친구한테 짜증 내고""이대로 기다릴 바에는 나가서 우리가 그냥 자체 제작 아이돌을 하자""네이처 이렇게 처 망할 수는 없잖아요"
지난 8일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 공개된 모큐멘터리(사실과 허구를 뒤섞어 연출한 다큐멘터리)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는 1회부터 범상치 않다. 2020년 6월 세 번째 싱글 앨범 '네이처 월드: 코드 엠'(NATURE WORLD: CODE M) 발매 이후 컴백이 기약 없이 미뤄졌고,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소속사 대표에게 사직서를 내는 네이처의 모습이 그려진다.
허구의 상황을 마치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모큐멘터리 특성상 과장되거나 꾸며진 부분도 있지만 실제 인물과 배경이 그대로 나오는 만큼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 강렬한 제목이 보여주듯 네이처가 처한 절박함을 중심 소재로 한다는 점 덕에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처 망할 수 없다'라는 센 표현 때문에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기왕 하는 것 재미있게 해 보자고 뜻을 모은 네이처는 모큐멘터리 전 편 공개를 마쳤고 지난 24일 그렇게 바라던 컴백을 마침내 이뤄냈다. 컴백을 코앞에 둔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n.CH엔터테인먼트 연습실에서 네이처를 만났다. 이날 라운드 인터뷰에는 소희, 하루, 로하, 루, 오로라, 채빈, 유채 7인만 참석했다.
왼쪽부터 네이처 루, 새봄, 소희, 오로라. n.CH엔터테인먼트 제공루는 "굉장히 오랜 공백기를 깨고 나오는 만큼 떨리고 설렌다. 리프(팬덤)들을 못 만난 지 오래돼서 새로운 콘셉트를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는 중"이라고, 로하는 "저희가 에너지가 넘치는데 연습실에서만 (그걸) 사용해서 너무 아쉬웠다. 저희 에너지를 마음껏 보여주고 오자는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소희는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단단해지고 연습도 더 많이 해서 '오히려 좋아'라는 마인드를 갖게 됐다"라고 전했다.
네이처의 스페셜 앨범 '리카 리카'(RICA RICA)의 타이틀곡 '리카 리카'는 아프로비트 리듬 위에 강렬한 신스 베이스가 가미돼 답답한 시기를 보내는 현대인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댄스곡이다. 장윤정의 '어머나', 슈퍼주니어 T의 '로꾸거!!!' 등을 만든 윤명선이 작곡했으며, 코트디부아르 자울리 춤을 모티프로 한 독특한 안무도 감상 포인트다.
'리카 리카'라는 제목은 주문처럼 외는 후렴이기도 하고, '아프리카'의 '리카'에서 착안했다. 네이처의 밝은 에너지를 담아 현대인의 지친 일상을 응원하고자 만든 구호라고.
로하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성공'을 술래잡기라는 가사로 비유했다. 반복적인 멜로디와 가사, 흥 나는 비트가 저희 네이처의 넘쳐나는 에너지와 어우러져서 듣는 분들도 신날 것"이라며 "듣는 분들이 중독성 있게 들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능 금지곡'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네이처가 데뷔 초 품었던 '성공'과 지금 바라는 '성공'은 얼마나 같거나 다를까. 루는 "데뷔 전에는 무대 서는 것이 꿈이었다면, (지금은) 무대 서기까지 과정도 너무 힘들고 그 이후도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내가 하는 걸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 것 같다고 마인드가 바뀐 것 같다"라고 답했다.
왼쪽부터 네이처 유채, 채빈, 하루, 로하. 로하는 당시 다리를 다쳐 뮤직비디오 촬영을 함께하지 못했다. n.CH엔터테인먼트 제공유채는 "어렸을 때는 루 언니가 말한 것처럼 무대에만 서면 '아, 성공했다!' '꿈 이뤘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뭔가 점점 나이도 먹고 하다 보니까 '돈을 벌고 싶다' '돈을 많이 벌어야 성공한 삶이다' 하고 생각이 바뀐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말해 폭소가 터졌다.
뮤직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듯, '리카 리카'는 안무가 꽤 빠르고 다리를 많이 쓴다. 누가 가장 빨리 습득했는지 묻자, 채빈은 "발을 엄청 많이 쓰는 춤이어서 다른 춤보다 체력이 많이 필요하더라"라며 "이 춤을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습득한 멤버가 소희 언니다. 이 춤을 추기 위해서 태어났나 할 정도"라고 해 모두들 웃음이 터졌다. 채빈은 "소희 언니의 발재간을 유의 깊게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로하는 "언니가 평소에 안무 습득력이 제일 느린데, (이번엔) '아, 메인댄서인 내 자리가 위협이 될 수도 있겠다' 싶더라. 언니밖에 안 보인다. 핀 조명이 떨어진 느낌이다. 정말 잘한다. 정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소희는 "제가 정말 안무 습득력이 느린데 이건 정말, 제 노력도 있겠지만 신기하게도 저 자신한테 신들린 게 느껴졌다. '나는 신이다' 이런 느낌? 출 때마다 제 안에 누가 들어온다"라며 "뭔가 이번 앨범이 더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컴백에 앞서 공개된 모큐멘터리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에서는 멤버들이 '자체 제작 아이돌'을 표방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이번 '리카 리카' 앨범에는 얼마나 반영됐을까. 루는 "노래팀, 의상팀, 댄싱팀 등에서 아이디어 받아보겠다고 해서 걷어가셨는데, 아쉽지만 반영된 부분이 조금 많지는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처음 공개됐을 때 눈에 띄는 제목으로 화제를 일으킨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는 멤버들에게도 도전이었다. 로하는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어, 너무 자극적인데 이렇게 나가도 괜찮을까' 너무 망설였다. 페이크 다큐이다 보니까 대본이 없어도 애드리브로 많이 칠 수 있는 거라서 기왕 시작한 거 재미있게 해 보자, (우리) 에너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네이처는 이번 '리카 리카' 앨범 발매를 앞두고 페이크 다큐멘터리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를 지난 8일부터 공개했다. '네이처 이대로 처 망할 수 없다' 캡처루는 "티저 제목을 보고 많이 놀라신 팬, 대중이 많을 거 같다. 저희도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조금 속상했는데 찍다 보니까 '리카 리카' 빌드업을 위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 제목으로 인해 네이처를 몰랐던 분들도 저희를 알게 됐다는 댓글을 많이 봤다. 아, 또 이렇게 저희를 알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리카 리카'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긴 공백기를 보내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멤버들이 사직서를 내는 장면도 등장한다. 그 장면을 찍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묻자, 하루는 "다 같이 힘든 시기가 있었다. 울면서 얘기해 본 적도 있다. 맨 처음에는 진짜 슬프고 힘든 시기가 생각나서 좀 힘들었는데, 그래도 다 같이 그런 얘기하며 더 잘 돼야겠다, 꼭 잘 되자고 마음을 먹어서 같은 마음으로 으쌰으쌰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소희는 "활동할 때는 늘 힘들고 지친 상태니까 마인드가 부정적으로 될 때도 있다. 오히려 공백기 때 항상 똘똘 뭉쳐서 우린 될 거야, 될 거야 하고 긍정적으로 보다 보니까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다들 즐기자는 마음이 제일 큰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다리며 사랑을 주는 팬들의 존재도 큰 힘이 됐다. 이번 스페셜 앨범에 실린 수록곡 '버팀목'도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담은 노래다. 소희는 "1년 6개월이라는 긴 공백 동안 리프들이 저희 곁을 계속 지켜주고 떠나지 않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녹여낸 곡이다. 콘서트 때 리프들에게 불러주고 싶다"라고 바랐다.
하루는 "오래 컴백 안 했는데도 기다려 주시는 팬분들의 응원, 사랑을 받는다. 항상 리프 덕분에 힘이 생긴다. 저희 대표님, 직원분들은 항상 걱정 없이 즐겁게 가자고 하셨다. 그 말이 저희한테는 너무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라고 답했다. 소희도 "저희도, 대표님 마인드도 '안 되면 뭐 어때', '망하면 뭐 어때'가 베이스로 깔려 있다. 그래서 더 즐기는 마음으로 하는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네이처의 스페셜 앨범 '리카 리카'는 지난 24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됐다. n.CH엔터테인먼트 제공팀워크가 단단해졌다고 실감한 때가 있냐고 묻자, 로하는 다리를 다쳤을 때 일화를 꺼냈다. 연습 중 다리를 다쳐서 이번 '리카 리카'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지 못했던 그는 오히려 자신의 부상이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봐 걱정했다고 전했다.
로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저 때문에) 중간에 에너지가 빗나가 버리면 어떡하지' 했는데 멤버들이 붙어 있을 때나 안 붙어 있을 때나 '너 할 수 있어'라며 옆에서 힘이 돼 줬다"라고 설명했다. 루는 "로하가 다리 아픈데도 출근해서 안무 디테일도 함께 봐줬다. 제삼자가 보면 틀린 부분이 더 잘 보이지 않나. 로하가 봐준 덕분에 저희 서로 고마운 게 있었다"라고 거들었다.
데뷔 후 얻은 가장 소중한 것 역시 '멤버들'이다. 로하는 멤버들 덕분에 본인을 더 믿을 수 있게 됐고, '우리 팀에 이런 멤버들 있다' 하는 자부심도 크다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인복이 타고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멤버 수도 많다 보니까 더 든든하고요."
어느덧 4주년을 앞둔 네이처는 그룹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로 '음악방송 1위'를 들었다. 로하는 "음악방송 1위를 하고, 연말 연초 시상식에서 직원분들과 리프분들 이름을 시원시원하게 외쳐보는 게 소원"이라고 밝혔다.
네이처의 스페셜 앨범 '리카 리카'는 지난 24일 저녁 6시에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