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박종민 기자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동네 병·의원 당직의사가 야간에는 재택치료자 모니터링을 자택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네 병원이 오미크론 방역체계에 참여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24시간 응급 대기'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다.
의원급 참여, '24시간 운영' 지침으로 난항…정부, 전향적 검토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최근 '재택환자를 모니터링하는 의원급 병원의 당직의사가 자택에서 근무를 하게 해 달라'는 서울시의사회 측의 요청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확진자가 사상 처음으로 8천 명을 넘겨 '1만 명'을 넘보는 상황에서 추후 의원급의 재택치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취지다. 당국은
현 확산속도를 고려할 때, 2월 초 하루 2만~3만 명의 확진자가 쏟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미크론이 델타에 비해 중증화율이 낮은 점을 감안해도 재택치료 수요의 폭증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동네 병·의원으로의 참여 확대는 불가피한 흐름이다.
문제는
현재 정부 지침 상 재택치료 관리기관이 되려면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영세 규모인 의원급이 이같은 요건을 충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 때문에 마음은 있으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이한형 기자의사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미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정부도 검사·진단부터 재택치료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의원급 모델을 구상 중이라 함께 논의 중"이라며 "그간 회의 때마다 건의해왔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측은 정부 측에 이같은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당국은 난색을 표해왔다. 재택환자의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 대비해 당직 시스템을 두는 것인데,
의료기관이 아닌 자택에서는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논리다. 또 환자와 보호자들이 자신을 담당하는 당직의(醫)가 집에서 모니터링 중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내달 중 하루 확진자가 10만~20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당국도 입장을 바꿔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의사회 측의) 여러가지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등을 논의해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병원 외부에 있더라도 당직자가 환자의 연락을 상시 받을 수 있도록 호출 대기하는
'온콜'(On Call) 시스템도 거론되고 있다. 온콜은 병원에서 전화를 통해 모니터를 하는 대신 환자가 필요할때 병원 쪽에 연락을 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재택치료와 차이가 있다.
동네병원 묶어 돌아가면서 '재택 당직'…'서울형 모델' 확대
이한형 기자동네 의원급 병원들은
전국적인 방역체계가 '대응' 단계로 개편될 경우 정부가 이들이 지게 될 부담에 대해선 소홀하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공공병원처럼 코로나19 환자만을 받지 않는
동네 병·의원은 기존 업무에 '확진자 모니터링'이 더해지는 탓에 과부하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야간에 우려하는 응급상황이 벌어질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점도 고려해야 된다는 게 동네 병원들의 요구였다. 근래 서울 영등포구 재택치료 지원센터에서 밤샘근무를 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당직의사로 참여해 봤는데,
사흘 동안 '응급 콜(call)'이 하나도 없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용산의 한 개원의는 "오미크론 대확산으로 환자가 늘어도 아주 응급한 상황은 쉽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택치료 관리대상은 (위중증 환자와 달리)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을 뿐 증상이 아주 약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의원급의 재택치료 참여가 시범 시행되고 있는 유일한 지자체다. 앞서 서울시의사회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7~10곳씩 묶어 일종의 '컨소시엄'을 구성, 야간·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 '서울형 모델'을 지난 주부터 본격 개시했다. 모니터링에 소홀해지지 않기 위해 의사 1명당 관리 환자도 30명 미만으로 제한했다.
각 구(區)마다 재택치료 운영단을 꾸리고, 이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별도의 지원센터도 개소했다. 센터는 밤 10시부터 이튿날 아침 8시까지 재택치료 환자들의 상담과 응급상황 대응, 운영단의 자문·지원 등을 담당한다.
의사회는 재택치료 컨소시엄에 소속된 의사들이 대개 '업무용 폰'을 구비해 퇴근 이후에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단 점 또한 강조한다. '주 1회' 당직을 선다는 개념으로 최소 7곳 이상을 한 컨소시엄으로 잡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식당·카페 등
상당수의 다중시설이 밤 9시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병원이 소재한 상가가 소등을 해버리면, 버티기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이달 말까지 400개 이상으로 확충"…'늑장대응' 비판도
한편, 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재택치료 관리기관은 369개소로 최대 5만 8천 명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관리의료기관을 4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하루 확진자 2만 명'을 가정해 최대 11만 명까지 감당하기 위한 복안이다.
서울형 모델이 채택 중인 컨소시엄을 비롯해
의원-지원센터 연계형, 의원-병원 연계형 등 의원급 재택치료 모형도 지역마다 다양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구로구를 선두주자로 한 서울형 모델에는 곧 노원구·동대문구·서초구·중랑구의 의원급 병원들도 차례로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설 연휴가 지난 내달 초쯤 이날부터 광주·전남·평택·안성에 적용된 대응 단계가 전국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의 확산 속도를 방역 체계 개편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