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이북도민·탈북민 신년하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른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를 하나씩 돌파하면서 지지율 상승과 함께 대선 승리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 후보는 마지막 장애물로 꼽히는 TV토론을 집중적으로 대비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우려됐던 '본부장 리스크'…부인‧장모 리스크는 해소 국면
요양급여 불법수급 혐의로 기소된 윤 후보의 장모 최은순씨는 2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이한형 기자
26일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후보 측은 정치 입문 초반부터 우려됐던 '본부장' 리스크 중에서 '부장(부인‧장모)'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자체 평가를 하고 있다. 먼저
장모 리스크는 2심 재판 결과가 나오면서 약화됐다. 요양급여 불법수급 혐의로 기소된 윤 후보의 장모 최은순씨는 전날 2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최씨는 2012~2015년까지 경기 파주시 소재 요양병원 개설 등에 개입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 22억 9천만 원을 부정 수급했다는 혐의로 1심에선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다. 대선을 불과 약 40일 앞두고 사법부가 윤 후보 장모 최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된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윤창원 기자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관련 리스크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김건희씨가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한 내용을 담은 '7시간 녹취록'이 공개됐지만, 폭발력은 없었다.
김건희씨가 조국 사태와 탄핵 사태, 미투 관련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예상보다 낮은 수위에 파급이 약했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녹취록 사태가 김건희씨가 공개 등판 시기를 저울질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로 지난 24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엔 김건희씨의 공식 프로필이 등록되는 등 공개 등판을 검토하는 조짐이 있다. 선대본부 소속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각종 악성 루머에 시달렸던 만큼 김건희씨 등판이 윤 후보의 고민이었다"며 "프로필을 새로 등록하면서 아마 여론 추이를 미리 타진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대본부 측은 이날 오후 언론에 김씨의 프로필 사진을 돌리기도 했다.
윤 후보 또한 그동안 각종 실언으로 '본인 리스크'에 시달렸지만 최근엔 정제된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장 행보 중 즉석 발언을 최대한 줄이고 정치 문법에 익숙해지면서 윤 후보 스스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윤 후보는 이달 초 전격적으로 선대위를 해산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치인들 대신 2030세대인 청년보좌역들은 근거리에 직접 배치했다. 청년보좌역들을 선대본 주요 회의에 참석시켜 각종 공약이나 행사 등에 관한 아이디어를 윤 후보가 직접 듣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마지막 변수 TV토론…전단팀 구성 '열공'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창원 기자남은 변수는 TV토론이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 경력이 짧아 TV토론에 취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윤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상당한 내공을 보여준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방송3사 주최로 오는 31일 또는 다음달 3일 중에 첫 4자 TV토론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참석 대상은 윤 후보를 포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4인이다. 윤 후보 측 선대본부 내에선 별도 TV토론 전담팀을 구성해 집중적으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당초 윤 후보는 이번 주 호남 방문 일정을 계획했지만 TV토론 대비 차원에서 호남 행보 계획을 미룬 상태다.
TV토론 전담팀은 황상무 전 KBS 앵커를 중심으로 국정운영 비전과 함께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 등을 겨냥한 공격과 방어 양 측면을 모두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당내 경선에서 16차례에 걸쳐 토론을 거친 만큼 예상 질문과 답변을 기반으로 모의 토론을 진행해 윤 후보의 실전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TV토론팀 소속 한 관계자는 "토론 전략이 외부로 노출되는 걸 막기 위해 극도의 보안 속에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문제나 경기도지사 시절 여러 사업에 관한 의혹에 대해선 사실 관계부터 윤 후보가 챙겨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정치 신인인
윤 후보가 TV토론에 취약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많아 토론에서 어느 정도 수준만 보여줘도 선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도 그동안 토론을 경험을 많이 쌓기도 했고, 근본적으로 TV토론이 지지율에 큰 영향이 없다"며 "토론에 능하다는 이재명 후보는 잘 해봤자 본전이지만 윤 후보는 조금만 잘해도 득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본부 관계자도 "4자 대결은 오히려 시간 안배가 되기 때문에 윤 후보에겐 유리한 형식"이라고 했다.
반면 지지율이 상승 국면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방심해선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내 한 관계자는
"지지율에 취해서 TV토론 룰을 아무거나 수용하면 안 된다"며 "토론 사회자의 개입 없이 20~30분 간 지속되는 주도권 토론 같은 형식은 거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지율 1위 후보에게 공격이 몰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불면서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TV토론이 자칫 막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