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토일드라마 '엉클' 민지후 역의 배우 이경훈. TV조선 제공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시청률 2.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한 가족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9.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성장했다. TV조선 역대 시청률 순위 3위에 빛나는 토일드라마 '엉클'의 이야기다.
온갖 '마라맛'과 '초고속 전개'가 미덕이 된 드라마 시장에서 '엉클'의 성공은 이례적이었다. 팬덤이 강력한 스타 캐스팅도, 화려한 마케팅도 없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입소문이 제대로 뒷심을 발휘했다.
명실상부 '엉클'의 두 기둥은 남매 관계로 만난 배우 오정세와 전혜진이었다. 이들은 '실패자'로 낙인 찍힌 이들이 어떻게 서로 연대해 삶의 희망을 되찾는지 보여줬다. 그리고 그 사이, 어른들에게 상처 받은 '어른이' 민지후가 있었다. 가족 회복의 중심축이 된 민지후는 '엉클'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퍼즐이었다.
이제 13살인 아역 배우 이경훈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섬세한 농도의 연기를 펼쳤다. '아이'의 시선에서 우리가 사는 '어른 세상'의 잔인한 이기심과 부조리를 투명하게 비춰냈다. 아직 4년 차 배우이지만 영화 '저 산 너머' '아이들은 즐겁다' 등 굵직한 주연 경력을 쌓아 나간 결과다.
어디든 선두 경쟁이 치열한 시대, 이경훈에게 연기는 '성적표'가 아니라 '놀이'다. 무거운 책임감이 따르는 '어른' 배우들에게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다음은 CBS노컷뉴스와 이경훈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TV조선 토일드라마 '엉클' 민지후 역의 배우 이경훈. TV조선 제공Q 삼촌 왕준혁(오정세 분)이나 엄마 왕준희(전혜진 분)보다 성숙한 때가 있을 정도로 일찍 철이 든 '어른 아이' 같은 캐릭터였다. 많은 상처가 있지만 점점 사랑 안에서 변화해갔는데 지후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려고 했을까A 할머니의 학대를 견뎌내고 엄마를 지키기 위해서 감정을 숨기려고 했어요. 표현하기보다는 참는 법을 배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음악 천재 역할이라 피아노나 노래, 댄스 등을 개인적으로 연습하기도 했어요. 삼촌과는 처음엔 경계했지만 진심을 알게 되면서 점점 믿어주는 관계로 변했고, 엄마는 지후에게 항상 사랑으로 힘을 줬기 때문에 서로 의지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요. 삼촌과 엄마를 지키기 위해 점점 용감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Q '엉클'은 같은 아파트라도 임대 주민과 부자 주민 사이에 생기는 차별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실제로 과거 초등학생들 사이에 아파트 계급을 나눠 놀거나 하는 사회 현상이 있었다. 비슷한 또래로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A 사실 저는 이런 문제를 처음 접해봤어요. 저희 동네 친구들은 그런 친구들이 없어서 들은 적이 없거든요. 가진 걸로 사람을 차별한다는 건 말이 안돼요. 정말 그렇다면 마음이 아프고, 모든 분들이 노력해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드라마 안에서 지후는 삼촌과 엄마를 달라지게 만드는 특별한 존재다. '아이'인 본인이 생각했을 때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이'가 가진 힘은 무엇일까A 아무래도 아이들만이 가지는 순수함이 어른들에게 전해지면서 변화를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부모님들도 누군가의 아이였고, 그걸 기억하지 않을까요?
TV조선 토일드라마 '엉클' 민지후 역의 배우 이경훈. TV조선 제공Q 늘 함께 연기한 가족, 배우 오정세와 전혜진, 두 사람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A 삼촌(오정세)이 먼저 다가와 주셔서 장난도 많이 치고, 연기 코치도 해주셔서 많이 친해진 거 같아요. 부모님과 출연 드라마에서 다양한 연기를 하시는 모습을 봤는데 '엉클'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셔서 '찐삼촌'처럼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는 처음에 다른 작품의 강한 캐릭터를 많이 봐서 무서우실 거란 생각도 있었는데 실제로 다정하시고 '찐엄마'처럼 챙겨주셨어요. 제가 현장에서 게임하고 있으면 '게임 조금만 하고 공부하라'면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작품 집중에 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 할머니 신화자(송옥숙 분)는 부유하지만 지후에게 무서운 사람이다. 후계에 집착하면서 학대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데 지후는 삼촌을 위해 할머니에게 돌아가는 선택을 한다. 만약 본인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A 삼촌은 지후에게 엄마 다음으로, 처음 손을 내밀어준 어른이었으니까요. 쉬운 선택이 아니지만 엄마를 지키려고 노력한 것처럼 저도 삼촌을 위해 돌아갔을 거 같아요. 처음보다는 지후과 삼촌과 생활하면서 좀 더 용기가 생겼고, 저도 용기를 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보통 드라마 아역 배우들이 초반 몇 회에서 적은 분량으로 나오곤 하는데 끝까지 어른 배우들과 함께 드라마의 중심이 되어 연기했다. 지치지는 않았을까. 아직 어린 나이지만 긴 호흡을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A 우연히 최근 몇 년 동안 긴 호흡으로 하는 영화 주인공으로 작품을 이어서 했거든요. 드라마와 현장은 다르지만 그 경험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어요. 영화도 반년에서 1년 동안 했던 작품들이라 그런 부분에서는 지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일단 현장을 놀이터처럼 생각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그냥 일상처럼 말이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 더 신경을 쓸 거 같아서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TV조선 토일드라마 '엉클' 민지후 역의 배우 이경훈. TV조선 제공Q 첫 상업 영화 데뷔작 '저 산 너머'에서 2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 역할을 따냈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배우의 꿈을 꾸게 됐을까
A 제가 사는 동네에서 우연한 기회에 캐스팅이 되어 카메라에 서게 됐어요. 카메라 앞에서 즐겁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관련 학원에 보내게 됐고요. 처음에는 광고 위주로 하다가 초등학교 입학 즈음부터 연기를 배웠던 거 같아요. 연기하는 또래 친구들보다는 조금 늦게 시작한 경우라서 경력을 쌓는 게 생각보다는 어려웠어요. 그런 점에서 '저 산 너머'는 저한테 너무 감사한 작품이고 연기에 좀 더 집중하고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소중한 작품이죠.
Q 본인이 나온 작품을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봤을 것 같은데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하다. 관람 등급 때문에 못 보는 작품이 있다면 모니터링 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A 가끔 친구들이 '너 연기 잘 하더라'고 해서 쑥스럽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학교 친구들이 티를 많이 내지 않고 짓궂게 하지는 않아서 더 좋은 거 같아요. 학교 친구 이경훈으로 대해주는 친구들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엄청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시고 항상 TV를 보시고 다음날에 연락 주셔서 사랑을 표현해 주세요. 제가 출연한 작품 중에 볼 수 없는 작품은 아빠가 제가 나온 부분만 편집해 보여주셔서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은 제가 볼 수 있는 작품이고 영화가 많아서 거의 봤던 거 같아요.
Q 앞으로 계속 배우의 길을 걷게 될까, 아니면 다른 꿈도 있을까? 이 일을 하면서 연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A 저의 1순위 꿈은 배우입니다. 아직은 배우를 하는 게 즐거워요. 혹시 다른 기회가 된다면 사육사나 요리사도 하고 싶어요. 아직은 제가 어려서 연기가 특별히 어떤 매력이 있다고 말을 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저는 그냥 현장에서 배우들과 감독님과 스태프들과 소통하고 노는 게 즐겁고 TV나 극장에 걸린 제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워요. 직업이란 개념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어요. 그런 부분에서 연기는 제가 아직은 즐겁게 하고 있는 놀이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