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한 미국의 클로이 김. 연합뉴스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천재가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승부를 즐기기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적수가 없을 것이다.
미국의 천재 스노보더 클로이 김(22)은 치열하고 긴장감이 넘쳐야 할 올림픽 경기를 '예능'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자다.
클로이 김은 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4.00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미국 이민을 간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클로이 김은 4년 전 만 18세의 어린 나이로 강원도 평창을 방문해 이 종목에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올림픽 2연패가 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로이 김은 대회 전부터 가장 확실한 우승 후보로 꼽혔고 이변은 없었다.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서 고난도 기술을 연이어 성공해 94.00점을 받았다. 1차 시기에서 90점대 점수를 받은 선수는 그가 유일했다. 사실상 우승 경쟁은 여기서 끝났다.
클로이 김은 2,3차 시기에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여자 선수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캡-1260' 기술을 시도한 것이다. 공중에서 1260도, 세 바퀴 반을 돌아 착지하는 기술이다.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두 차례나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대세에는 영향이 없었다. 하프파이프 종목은 1~3차 시기 중 가장 높은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그 누구도 클로이 김의 1차 시기 점수를 넘지 못했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클로이 김은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을 받자마자 특유의 천진난만함을 마음껏 표현했다.
클로이 김은 "엉덩이가 아파요"라고 답하며 웃었다.
'캡-1260' 기술을 실패한 부분에 대한 질문에는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어요. 1000%! 그게 저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해요. 다음에는 꼭 성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과감한 도전에 나섰던 이유는 간단했다. 최근에 배운 기술인데 그게 재밌었기 때문이다. 클로이 김은 "연습 때 한 번 성공한 적이 있는데 다음에 또 시도해 볼 거예요"라고 말했다.
여유있는 우승이 아니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우리 여자 선수들은 대회를 찢었어요! 모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지난 올림픽 때는 1080도 기술을 많이 볼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모두가 그 기술을 해냈어요"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클로이 김은 음식 앞에서, 특히 가장 좋아하는 츄로스 앞에서는 양보가 없다.
클로이 김은 2018년 평창 대회 때 SNS에 많은 글을 올렸는데 상당수가 음식과 관련이 있었다.
"저는 오늘 츄로스를 2개 먹었어요. 여러분도 긴장될 때는 츄로스를 드세요", "아침에 샌드위치를 다 먹지 못했어요. 배고프고 화가 나네요(I'm hangry)" 등이 대표적이다(hangry는 배고프다는 뜻의 hungry와 화가 난다는 의미의 angry를 합성한 단어).
평창 대회에서 1차 시기를 마치고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요"라는 글을 올렸는데 "너 혹시 지금 경기 중 아니야?"라는 한 팬의 질문 댓글에 천진난만하게 "네"라고 답해 주위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베이징에서도 클로이 김의 음식 관련 발언은 주목받았다.
그는 예선을 마치고 "지금 당장 배가 고파서 뭐든지 먹으러 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여기 있는 분들을 때릴지도 몰라요"라고 말해 팬들에게 웃음을 줬다.
클로이 김의 올림픽 2연패가 확정된 후 미국의 스포츠 스타들이 직접 SNS를 통해 축하의 글을 남겼는데 이마저도 음식, 특히 츄로스와 관련돼 있었다.
하계올림픽에서 2개의 메달을 획득한 미국 육상 선수 가브리엘 토마스는 "이제 앞으로 저도 경기를 하기 전에 츄로스를 먹으면 될까요?"라는 재치있는 질문 글을 올렸고 미국 축구 스타 알렉스 모건은 "저는 지금 츄로스를 먹으면서 당신을 축하하고 있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 외에도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나도 츄로스를 먹고 힘내야겠다"는 글을 올리며 클로이 김의 올림픽 2연패를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