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이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전에서 중국 런쯔웨이와 리원룽의 견제를 받으며 역주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곽윤기는 개최국 중국의 홈 어드밴티지 적용이 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쇼트트랙은 선수들끼리 충돌이 많은 종목이라 심판 판정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곽윤기는 "(선수들이) 많이 의식한다. 그 부분은 월드컵 1차 대회 때 이미 경험했다. 진짜 바람만 스쳐도 실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중국은 지난 5일 쇼트트랙 혼성 계주에서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논란의 장면이 있었다. 중국은 준결승에서 주자가 교대하는 과정에서 터치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심판진이 이때 중국의 교대를 미국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방해했다며 두 나라에게만 실격 판정을 내렸다.
쇼트트랙 계주에서는 터치를 하지 못할 경우 경기 규칙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국은 규칙 위반에도 실격 판정을 받지 않았다.
이 장면에 대해 곽윤기는 또 한번 소신 발언을 했다.
곽윤기는 "실격이 세 팀이 나왔다고 이미 관중석에서는 다 그렇게 얘기를 했다. 네덜란드 선수들도 '결승에 세 팀이 올라가나?'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한 눈에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선수들은 중국의 실격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곽윤기는 "(오랫동안 비디오 판독을) 계속 봐서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그 설마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언니 김아랑도 쓴소리를 했다.
김아랑은 7일 오후 쇼트트랙 훈련장에서 혼성 계주 판정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모두가 납득이 가는 것이었다면 이런 질문도 안 나왔을 것"이라며 "납득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더불어 "앞으로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그런 판정이나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중국의 텃세는 계속 됐다.
황대헌과 이준서는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나란히 결승행 티켓을 따내는 듯 보였다.
세계 기록과 올림픽 기록을 모두 보유한 황대헌은 1조 1위로, 이준서는 2조 2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이 모든 결과를 뒤집었다.
황대헌은 뒤늦게 레인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충돌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이준서는 레인 변경 반칙을 범했다는 이유로 각각 실격 판정을 받았다.
이 경기를 생중계 한 TV 방송사 해설위원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판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교롭게도 황대헌과 이준서가 실격 때문에 놓친 결승행 티켓 2장은 모두 중국 선수들의 몫이 됐다.
1조에서는 런쯔웨이와 리웬룽이 결승에 올랐고 2조 2위 자리는 이준서에서 우다징으로 대체됐다.
남자 1000m의 판정 논란은 준결승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어 열린 결승에서 류 샤오린 산드로(헝가리)가 중국 선수 3명과 함께 레이스를 펼치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류 샤오린은 단순한 실격 판정을 넘어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 한 경기에서 페널티 2개가 적용됐다는 의미다.
그렇게 메달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런쯔웨이가 금메달을, 리웬룽이 은메달을 차지했고 동메달은 헝가리의 류 사오앙에게 돌아갔다.
중국이 이번 대회 쇼트트랙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혼성 계주와 남자 1000m 종목은 모두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쯤 되면 황당 판정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쇼트트랙 종목 그 자체일지 모른다. 공정한 경쟁에 대한 신뢰도가 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