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청책협의회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쳐다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주자의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직접 발언을 준비해 참모들에게 발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상시 문 대통령의 화법상 상당히 격앙된 어조로,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분노를 짐작케 했다. 청와대는 윤 후보 발언의 논리적 모순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선거 전략이라면 저열하고 소신이라면 위험하다"고 맹공에 나섰다.
'분노' 메시지 준비한 文대통령…선거개입 주장에 靑 "그럼 죽은 듯 있어야 하나"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윤석열 후보를 향해 아래와 같은 두 가지 메시지를 직접 준비해 건넸다.
"(윤석열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 했다는 말이냐.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냐 답해야 한다"
"현 정부를 근거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문 대통령의 평소 어법상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표현이다. 지난해부터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좀체 언급하지 않았으며, 윤 후보의 실명을 언급한 적도 없다. 그런 문 대통령이 야당 후보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걷고 있다. 연합뉴스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윤 후보의 중앙일보 인터뷰의 내용을 상세히 접한 뒤에 심각한 발언으로 여겨, 직접 메시지를 준비해와서 읽었다고 한다. 회의 분위기는 상당히 무거웠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는 윤 후보 발언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적폐수사를 하라마라 (지시)하지 않았다는 건데, 본인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적폐수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선거전략 차원이라면 저열하고, 소신이라고 하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선거개입"이라는 국민의힘의 반발에 대해 청와대는 "이미 예상했던 논리"라며
"대통령은 윤 후보의 주장에 대해 발언권을 행사한 것인데, 그러면 식물 대통령으로 죽은 듯이 직무 정지 상태처럼 있어야 하느냐"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사과하면 깨끗하게 끝날 일이다. 구차하게 선거개입이라는 논리로 회피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검찰 독립성 지킨다면서 대통령 되기도 전에 수사하라마라? 尹, 자기부정"
청와대는 윤 후보 발언의 논리적 모순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윤 후보가 '정권의 적폐수사를 해야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검찰총장직을 던질 정도로 검찰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하신 분이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검찰수사를 하라마라 하는 것은 자기 부정 아니냐"고 되물었다.
문 대통령이 앞선 통신사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을 겪고도 정치가 변하지 않았다"며 증오의 정치를 경계한 가운데 청와대도 윤 후보에 대한 분노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큰 맥락에서는 연결된 발언임을 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뉴스통신사 교류협력체 '아태뉴스통신사기구'(OANA)의 의장사인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서면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연합뉴스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그간 정치중립 노력을 상기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중립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이런 사안으로 대통령을 선거판으로 불러낸 것에 대해 정말 유감"이라며 "이렇게 대통령을 흔들고 선거판에 불러내 소재로 삼는 것이 일종의 정치 적폐이며 구태"라고 맹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개인이 속된 말로 '열받았느냐, 안받았느냐'의 차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이게 과연 온당한지, 이렇게 가면 맞는지에 대한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하에 말씀하신 것"이라며 "야당도 견강부회 하지말고 실언이었다면 실언으로 인정하고 빨리 마무리짓고 가면 좋겠다"고 야당의 사과와 해명을 촉구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브리핑 직후에 윤석열 후보가 "자신은 문 대통령과 같은 마음이고 내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며 톤 조절에 나선 가운데 청와대는 이를 사과의 메시지로 보지 않고 있다. 윤 후보의 발언을 접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과가 아닌,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