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카밀라 발리예바(16)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 피겨트레이닝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지난해 12월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던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16)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에 출전한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 발리예바에게 도핑 관련 징계를 내렸다가 철회한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의 결정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등의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발리예바는 15일 막을 올리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발리예바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종목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선수다. ROC는 지난 주 피겨스케이팅 팀 단체전에서 발리예바의 활약에 힘입어 금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단체전 시상식이 지연됐는데 그 사유는 발리예바의 도핑 이슈 때문이었다.
발리예바가 작년 12월 러시아선수권 때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는 ROC가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다음날 RUSADA에 통보됐다.
지난해 검사에서 검출된 트리메타지딘은 혈류량을 증가시켜 지구력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협심증 치료제로 WADA가 2014년부터 금지약물로 지정한 성분이다.
이에 RUSADA는 발리예바에게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작년 12월 검사와 이번 올림픽은 무관하다는 발리예바 측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징계를 철회했다. ROC는 올해 실시한 도핑 결과는 모두 음성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OC와 WADA가 RUSADA의 징계 철회에 반발했고 이를 CAS에 제소했다.
CAS는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종목을 앞두고 빠르게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청문회 결과 IOC 등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발리예바의 올림픽 개인전 출전을 허락했다.
CAS가 이의 신청을 기각하면서 ROC의 피겨스케이팅 팀 단체전 금메달도 그대로 인정됐다.
CAS의 결정과 무관하게 발리예바는 대회 후 WADA의 징계를 피할 수 없는 처지다. 하지만 WADA의 미성년 선수 도핑 관련 규정에 따라 발리예바에게는 가벼운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발리예바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상적으로 출전한다면 이번 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우승은 매우 유력하다.
발리예바는 현재 여자 싱글 세계 기록 보유자다. 지난 팀 단체전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점프 착지 도중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음에도 2위 선수보다 총점이 30점 이상 앞서는 등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발리예바가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차지한다면 역으로 러시아를 향한 도핑 관련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러시아는 과거 조직적으로 도핑 샘플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은 나라다. 그 결과 러시아 선수들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올림픽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러시아 국기를 달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IOC는 공식적으로 러시아의 출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발리예바의 도핑 의혹이 알려진 이후 그를 향한 동정론도 있었다. 발리예바보다는 성적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주변 어른들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과정을 떠나 올림픽의 순수성을 위해서는 강도 높은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도핑은 스포츠의 공정한 경쟁 원칙에 반하는 최악의 '반칙'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