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홈페이지 캡처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은 최근 '광장'과 '율촌'을 제치고 기획재정부가 발주한 디지털세 '필라2(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을 수주했다.
필라1(매출발생국 과세권 배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은 광장과 '삼일' 컨소시엄에 돌아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하에 세계 141개국이 참여해 논의 중인 디지털세 필라2는 연매출이 1조 원 이상인 기업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을 하든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도록 하는 제도다. 다국적 기업이 세율이 낮은 국가에 모회사나 자회사를 세워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디지털세는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데 이를 위해서는 각국의 법령 및 제도 개정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해외 투자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필라2 기준에 맞춰 사업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어 국제조세 분야의 올해 가장 큰 관심사다.
기재부는 이번 용역 배경에 대해 "차질 없는 디지털세 도입을 위해 국내 법제화 및 이행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앤장은 필라2 도입과 관련해 국내에서 제‧개정이 필요한 법령을 파악하고, 규정상 포괄적이거나 불명확하게 표현된 용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또, 다른 법령과의 상호관계와 영향을 분석하는 등 연구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용역은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에 반영될 디지털세 법령 제‧개정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김앤장은 이번 용역 수행을 위해 조세팀 변호사와 세무사, 회계사 등 30여 명으로 팀을 따로 꾸렸다. 국제조세 전문가인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과 서진욱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김용준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 주축이 돼 팀을 이끌고 있다.
김앤장 관계자는 "세계 역사상 각국이 합의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의미가 크다"며 "우리나라에 익숙하지 않은 개념을 번역해 법제화하는 작업이라 내용이 어렵고 연구할 게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의 소송 대리를 도맡아 한 김앤장이 국내 입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매년 전 세계 로펌의 매출과 파트너 1명당 수익 등을 집계해 순위를 발표하는 미국 법률 전문 잡지 아메리칸로이어(American Lawyers)가 발표한 2020년 매출실적에 따르면 김앤장이 9억 8851만 달러(약 1조1650억 원)로 세계 53위를 기록했다. 김앤장 실적 상당 부분은 다국적 기업 소송이 차지하고 있다.
조세 전문 A 변호사는 "디지털세 입법 과정 참여 만으로도 앞으로 국제조세 법률시장에서 김앤장에 엄청난 신뢰와 무게가 실린다. 김앤장이 그동안 우리 정부를 상대로 다국적 기업의 법률 대리를 해왔는데 이번엔 정부의 입법 과정에 참여하고 결국에는 다국적 기업을 대리하는 것 아니냐"며 "국익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정부가 용역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결과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제조세 전문 B 세무사는 "현실적으로 필라2를 정확히 이해하고 소화할 만한 전문가가 가장 많은 곳이 김앤장"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우려스러운 면도 없진 않지만, 이후 공청회 과정에서 기재부나 국세청이 국익을 대변할 수 있고 다른 로펌의 전문가들도 의견 개진을 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조세법 전공 C 교수는 "김앤장 만한 전문가 집단이 없고 자격은 충분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김앤장이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면야 모르겠지만 이해 상충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김앤장의 이번 용역 참여는 여러 포석이 깔려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