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오미크론 변이의 거센 확산세로 18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브레이크 없는 유행 가속화에 정부는
내주 적용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놓고 막판 고심 중이다.
유행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정점'은 지나고 방역을 풀어야 한다는 의견과 거리두기 장기화로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완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사적모임 6인은 유지하고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만 1시간 더 늘려 10시로 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애초 검토했던 '8인.10시' 보다 완화 폭을 줄이면서 미세 조정에 그치는 것이다.
거리두기 두 달에도 확진자 폭증…내달 중순경 '27만' 정점 찍을 듯
정부는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다음 주 거리두기 조정안을 최종 확정한다. 사적모임을 최대 6명까지 허용하고 식당·카페 등의 영업을 밤 9시 이후 제한한 현행 조치는 오는 20일 종료된다. 앞서 지난해 말 델타 변이 유행이 가속화되면서 의료대응체계가 한계에 이르자,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하고 종전의 거리두기 카드를 다시 꺼냈다. 모임인원 및 영업 제한이 이뤄진 지 거의 두 달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확진자는 델타의 두세 배인 오미크론의 전파력으로 인해 오히려 배로 치솟았다. 전날 0시 기준
신규 환자는 9만 3135명으로 3800여명 수준이었던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4배 이상 많다. 오늘 발표될 신규 환자는 이보다 더 늘어난 10만 명대다. 17일 밤 9시 기준으로 이미 10만을 넘겼다(10만 870명). 문제는 여전히 정점은 도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기와 규모가 모두 불투명하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수리 모델링에 따르면, 국내 신규 확진자는
다음 달 중순 27만 명으로 '피크'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전망을 내놓은 숭실대 수학과 심은하 교수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작년 12월 (델타 유행 때는) 재생산지수가 0.8로 1이 채 안 됐고, 주간 일평균 5천 명 정도가 나왔다"며 "지금은 평균 6만 정도가 나오고 있고, 실시간재생산지수가 1.3 정도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이 유입 이후 우세종이 되기까지 3~4주 정도가 걸렸던 미국·영국·일본 등과 달리 한국은 7주나 걸렸다는 점을 짚었다. 심 교수는 "우리는 방역을 잘 하는 편이고, 국민들께서 굉장히 협조를 많이 해주시다 보니 우세종(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미룰 수 있었고, 마찬가지로
정점까지 걸리는 시간도 다른 나라보다는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달 초 오미크론 대응체계로 전환하면서 앞으로 신규발생 억제보다는 고령층·감염 취약시설과 같은 고위험군의 중증·사망 최소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델타보다는 현저히 낮기 때문에 당분간
확진자 폭증세가 계속돼도 위중증 관리가 잘 되면 어느 정도 유행 파고를 넘을 수 있으리라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실제로 전날 기준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389명으로 집계돼 전체 환자규모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5천여 명 정도였던 지난해 12월 중증환자가 1100명을 넘겼던 점을 고려하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현재 발생하는 환자의 90%는 재택치료로 관리가능한 무증상·경증이라는 뜻이다.
위중증↑ 전환에도…정부, '안정적 관리' 전제로 방역완화 신호
이한형 기자지난 달 내내 하향세였던
위중증 환자가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다. 올 1월 4일 900명대(973명)로 내려온 중환자는 같은 달 17일 500명대(579명)로 꺾였고, 이달 4일에는 257명까지 하락했다. 이후 12일 275명→13일 288명→14일 306명 등 서서히 오름세를 보이더니
전날에는 하루 새 76명이 급증했다.
감염 이후 증상이 악화된 이날 신규 위중증 환자의 89%(68명)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10세 미만 소아와 20대 환자도 각각 2명씩 추가됐다.
정부는 지금의 중환자 숫자와 중증병상 가동률(28.5%·2655병상 중 758병상 사용)을 들어 아직까지 의료대응 여력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임숙영 상황총괄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는 위중증 환자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오미크론의 중증화 위험도가 낮은 측면도 있지만, 고령층의 높은 3차 접종률로 인해 증가 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대유행 국면이지만 방역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류도 여기서 나왔다. 거리두기 장기화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불만이 극에 달한 점, 지친 국민들의 수용성이 많이 떨어진 점도 고려 요소로 작용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방역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조정, 경제·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위중증과 사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방역상황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중대본 이기일 제1통제관 역시 "유행상황과 위중증·사망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겠지만, 이에 불구하고 (방역 완화를) 할 수 있으면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거리두기를 다소 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거리두기 전면 해제해야" vs "정점 확인까지 급격한 변화 위험"
당장 생계 위협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 1시간 연장 정도로는 손실을 만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매장 종료시간을 못 박지 않은 영업제한 자체의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김기홍 공동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저희 입장은
위중증률도 낮아졌고, 병상 가동률도 18%로 매우 낮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아예) 해제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 참석자들이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 피해 정부 규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한형 기자일상회복 지원위원회에 경제·민생 분과위원으로 참여 중인 김 대표는 이같은 의견을 전날 전체회의에서 재차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일부 완화'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며 "'다 풀기에는 이르다'와 '풀자'는 의견이 쟁점으로 다뤄졌고, 이제 남은 것은 중대본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반면 방역·의료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며 이에 맞서고 있다. 환자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 고삐를 풀 경우, 시차를 둔 위중증 증가뿐 아니라 전체 유행규모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심 교수는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확진자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많이 우려하는 부분"이라며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져서 그런 결정을 고려하는 것 같은데, 사실
여태까지 2년 가량의 코로나 기록을 보자면 지금이 가장 위험하다. 개인적으로 지금은 (방역을) 완화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도 유행 정점시기와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전망을 공유하며, 의료대응체계와 사회·경제 필수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점까지는 안정적인 상황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행정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앞으로 3~4주 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은 큰 폭의 변화가 정책적인 신호나 불확실성을 강화할 요인이 되기 때문에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조치는 소폭 완화까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타 국가는 유행정점까지 방역정책에서 큰 폭의 변화를 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변화의 큰 폭이 커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유행 정점에 도달해 의료체계, 특히 중환자·경증환자와 자가격리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감당가능한 수준임을 확인한 후 전폭적인 (거리두기) 해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사적모임과 영업시간 제한 중 후자만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모임 규모를
6인으로 유지하고 영업제한만 오후 10시로 1시간 더 늘리는 방식이다. 당초 정부는 '모임 8인·밤 10시' 안(案)을 추진했지만, 가파른 확산세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대선 일정으로 인해 기존
2주가 아닌 '3주'를 적용기간으로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결정된 게 없는 상태에서 분야별로 의견 수렴을 했으니, 이걸 취합해서 위험도 평가 등과 같이 고민을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며 "판단 기준이 한두 개가 아니다 보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