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 왼쪽부터 은메달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와 금메달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안나 셰르바코바 그리고 동메달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 연합뉴스17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오열하는 장면이 담긴 해외 TV 중계 화면은 전 세계 피겨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트루소바는 자신의 최종 순위를 확인한 후 눈물을 흘리며 "모두가 금메달을 가져가는데 나는 하나도 없다. 견딜 수가 없다. 단체전이라도 뛰었다면 나도 금메달이 있었을텐데. 피겨스케이팅이 진짜 싫다. 다시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겠다"면서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트루소바는 이날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의 새 역사를 썼다. 단일 프로그램에서 다섯 차례나 쿼드러플 점프를 성공한 올림픽 최초의 여자 선수가 된 것이다.
쇼트프로그램에서 4위에 머물렀던 트루소바는 프리스케이팅 점수에서 1위에 오르면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스스로 만족할만한 연기를 펼쳤고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카밀라 발리예바(ROC)가 여러 차례 실수를 범하면서 우승에 대한 기대를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트루소바는 합계 251.73점을 기록했고 1위로 올라서지 못했다.
금메달은 같은 나라에서 나왔다. 안나 쉐르바코바(ROC)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합계 255.95점으로 금메달을 땄다.
트루소바가 코치와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쉐르바코바 뒤에서 스태프들을 향해 무언가 계속 불만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트루소바는 경기 후 올림픽뉴스 서비스를 통해서도 아쉬운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트루소바는 은메달을 딴 소감을 묻는 질문에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나의 연기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시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겠다고 말했던 부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트루소바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트루소바는 결과를 보자마자 복받쳐 올랐던 감정을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는 다스린 것처럼 보였다. 트루소바는 시상식에 참여했고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메달을 받을 수 있게 돼 당연히 행복하다"고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