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개별 이용자의 정보와 활동을 추적하는 것을 제한하기로 했다. 지난해 애플이 취한 조치와 비슷한 것으로, 메타 등 맞춤형 광고를 기반으로한 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구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그간 웹에서 적용되던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 이니셔티브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맞춤형 광고를 위해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이니셔티브를 웹 부문에 먼저 도입했다. 구글이 웹 브라우저 '크롬'에서 2023년 중반부터 2023년 후반까지 약 3개월에 걸쳐 3자 쿠키 제공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다. 쿠키란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자동으로 생성되는 파일이다. 검색 내역, 상품 구매 내역, 아이디와 비밀번호 같은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
이번 발표의 골자는 웹을 넘어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도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을 막겠다는 데 있다. 그동안 광고주들은 구글(안드로이드)이 각 휴대폰 단말기에 부여한 고윳값인 광고 ID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해왔다. 광고 ID는 사용자의 앱 활동 이력 등을 담고 있어 이용자의 관심사 등을 파악하기 용이하다.
구글의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는 광고ID 제공을 중단하고 개인정보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식별코드로 대체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구글은 최소 2년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변경이 이뤄지기 전 업계에 충분히 공지할 예정이라고도 설명했다.앤서니 차베즈 구글 안드로이드 보안·프라이버시 부문 부사장은 "안드로이드에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도입해 개인정보 보호를 개선하는 효과적인 광고 솔루션을 개발하는 게 구글의 목표"라며 "이 솔루션을 통해 이용자들은 데이터가 광범위하게 추적되지 않는다는 신뢰감을 갖고, 개발자와 기업은 모바일에서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도구를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업계에서는 이번 구글의 조치로 전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제3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메타'의 사례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맞춤형 광고로 매출의 95% 이상을 올리고 있는 회사다. 그런데
메타는 애플이 지난해 4월 앱에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추적할 때 동의를 얻도록 하는 '앱 추적 투명성(ATT)' 정책 이후로 매출에 직격타를 입고 있다. 메타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애플의 개인 정보 보호정책 변경으로 올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의 매출이 100억 달러(12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모바일 앱 분석정보 제공업체인 플러리에 따르면 애플의 조치 이후 미국에서만 사용자 80% 이상이 사용 기록 추적을 중단시켰다. 심지어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만큼, 파장은 더 클 수 있다.
다만 구글은 자신들은 애플과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다. 차베즈 부사장은 "다른 플랫폼은 개발자와 광고주들이 사용하던 기존 기술을 무작정 제한하는 길을 택했다"면서 "대안을 제공하지 않고 그런 접근법을 취하는 건 비효율적이며, 개인정보 보호에도, 개발자의 사업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애플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이를 인식한듯 그레이엄 머드 페이스북 마케팅·광고 비즈니스 부사장도 트위터에 "사생활이 보호되는 개인화된 광고에 대한 이 장기적이고, 협업에 기반을 둔 구글의 접근법을 보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쓰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