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연기를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도핑 논란 속에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를 치른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괴로웠다고 밝혔다.
이후 슬픔에 잠긴 발리예바를 위로하는 대신 강하게 다그친 ROC 코치를 보고 "소름 끼쳤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바흐 위원장은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전날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바흐 위원장은 "발리예바가 여자 싱글 경기에 뛰지 않기를 희망했다"고 말했다.
IOC는 지난해 12월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던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IOC의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발리예바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답게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두 차례나 크게 넘어지는 등 점프 착지 과정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결국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바흐 위원장도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경기 출전을 강행한 발리예바를 보면서 안타까운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경기 이후 장면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예테리 투트베리제 ROC 코치는 발리예바에게 "왜 포기했어? 왜 경쟁을 그만뒀지? 설명해봐"라며 다그쳤다.
바흐 위원장은 "발리예바가 주변 관계자로부터 받은 대우를 보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
전 세계 스포츠인의 축제 올림픽은 참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거나 경기에서 패한 선수도 위로를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피겨스케이팅에 임하는 러시아의 태도는 달랐다. ROC 코치는 발리예바가 아이스링크를 빠져 나오자 그를 강하게 질책하는 모습이었다.
올림픽이 끝나면 발리예바를 둘러싼 도핑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조사의 초점은 발리예바의 주변 관계자에 맞춰질 것이 유력하다.
바흐 위원장은 "(발리예바와 같은) 미성년자가 스스로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금지약물 복용은 측근이 돕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CAS가 도핑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을 허락한 것은 미성년자의 경우 도핑 관련 규정이 선수를 엄격하게 보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 출전 나이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