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주일째로 접어든 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국민, 그리고 조국을 지워버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하리코프)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지역 병원을 공격하는 등 공격 수위를 한층 높였다.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손이 러시아군에 점령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점령군과 우크라이나 보조군에 의해 유대인 수만명이 학살당한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의 '바비 야르' 추모 시설 주변을 겨냥한 러시아의 폭격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번 공습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키이우는 완전히 이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들은 키이우에 대해, 우리 역사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그들은 우리의 역사와 조국과 우리 모두를 지우라는 명령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전날 유대인 3만명을 포함해 15만명 이상이 나치 독일에 의해 학살당한 바비 야르 협곡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시설 바로 옆에 있는 TV 방송국 타워를 무너트려 5명이 숨지게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 세계가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거듭해서 약속했지만 우리 모두는 다시 바비 야르에서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 수백만의 유대인이 그랬던 것처럼 바로 지금 당신이 침묵을 지켜서는 안 되는 이유"라며 "나치즘은 침묵 속에 태어났다. 시민들의 학살에 대해, 우크라이나인들의 학살에 대해 소리쳐 달라"고 호소했다.
미국전쟁연구소가 파악한 동부표준시 3월 1일 오후 3시(한국시간 3월 2일 오후 5시) 기준 전황. 미국전쟁연구소 제공한편, 러시아 공수부대는 이날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진입해 현지 병원을 공격했으며, 이에 따른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크라이나군은 밝혔다.
러시아군은 또 남부 인구 30만명의 전략적 요충지인 도시 헤르손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헤르손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아직 우크라이나다. 여전히 굳건하다"고 주장하는 등 이 지역의 점령 여부를 두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러시아군이 흑해 항구도시이자 산업 중심지인 헤르손을 점령한 것이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 내륙과 서쪽 해안을 따라 진격하기를 원하는 러시아군에게 있어 '큰 승리'가 될 것이라고 BBC는 평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4년 러시아와의 분쟁 이후 크름(크림)반도 북부 운하를 둑으로 막아 헤르손에서 크름반도로 가는 수원(水原)을 차단했다. BBC는 헤르손 점령을 통한 용수 공급 복구가 러시아의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