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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힘자랑하던 러시아, 에너지 패권 잃나

산업일반

    산유국 힘자랑하던 러시아, 에너지 패권 잃나

    핵심요약

    "러, 천연가스를 경제·정치적 무기로 써"
    국제에너지기구(IEA), 러 의존도 낮출 방안 제시
    유럽 재생·원전발전 늘려…탄소중립 가속화
    당분간 유가 상승·탈석탄 후퇴 우려도

    연합뉴스연합뉴스
    주요 산유국으로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러시아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오히려 패권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해왔던 유럽시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 등 탈탄소 발전 가동을 늘리며 '탈러시아' 가속 패달을 밟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일 유럽이 녹색정책을 강화하면서 1년 안에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3분의1 이상 줄이기 위한 10가지 방안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 2022.3.3. IEA가 제시한 유럽의 '탈러시아·탈탄소' 10가지 방안
    ①러시아와 신규 가스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말 것
    ②러시아의 가스 공급을 다른 대체 에너지로 교체
    ③(일정수준 이상의) 가스 비축 의무화
    ④풍력과 태양광 재생에너지 추가 설치 가속화
    ⑤바이오에너지와 원자력발전 최대화
    ⑥단기적인 세금 조치를 통해 취약한 전기 소비자 보호
    ⑦가스보일러를 (탄소배출이 적은) 열펌프 난방으로 교체
    ⑧건물과 산업 분야에서의 에너지 효율 개선
    ⑨전기 소비자들이 온도를 1°C씩 낮추도록 독려
    ⑩전력원을 다양화하고 탈탄소화하려는 노력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화석연료 대신 태양열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가정과 기업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천연가스 자원을 경제적·정치적 무기로 쓰고 있다"며 "내년 겨울 러시아의 가스공급이 상당한 불확실성에 놓일 것을 대비해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한국을 포함한 IEA 31개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규탄하며 6천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입지를 좁히는 '탈러시아'까지 추진하기로 한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의 러시아 가스 수입량을 (미국 등으로부터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과 열난방 전환, 다른 저탄소 발전 등을 통해 1년 내에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IEA 제공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의 러시아 가스 수입량을 (미국 등으로부터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과 열난방 전환, 다른 저탄소 발전 등을 통해 1년 내에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IEA 제공 
    2021년 기준으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서 155억입방미터(㎥) 규모의 천연가스를 수입했다. 이는 EU 전체 가스 수입량의 45% 수준이고, 가스 소비량의 40%에 달한다.
       
    IEA는 10개 방안이 완전히 실행된다면 EU의 러시아 가스 수입 총량이 기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빈자리는 석탄 등 다른 화석연료가 아니라 탈탄소 발전으로 전환해 탄소중립 시계를 더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기후 싱크탱크 등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하며 "에너지 효율 조치로 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는 것은 2050 탄소중립 목표와 일치한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 목표 달성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반면 탄소중립 의지와 달리 현실적으로는 러시아 연료의 공백이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이 아닌 미국·중동산 석유 혹은 멈춰가던 석탄발전으로 메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대신 미국의 에너지 권력이 확대되고 당분간 탄소배출은 늘어나는 셈이다.
       
    당장 천연가스를 대체할 원유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제재에 에너지가 포함되거나 시장의 러시아산 원유·석유 거래 기피현상이 심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미래전략연구팀장은 "전쟁이 빨리 끝나더라도 이미 시장에서는 러시아 경제에 대한 불신도가 커졌다"며 "단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사용이 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올해 열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도 이같은 지정학적 변화가 새롭게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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