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서울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하루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의 판세가 막판 여론조사 공표금지 '깜깜이' 기간 동안 발생한 변수들로 인해 출렁이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와 사전투표 관리부실 논란에 이어, 깊어지고 있는 2030세대 여심과 남심 간 갈등의 골 등이 여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부실 사전투표 관리로 뭇매 맞은 선관위…유권자 표심도 '흔들'
지난 4~5일 치러진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은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참정권 보장을 위해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를 여야 합의로 처리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족한 준비로 부실 관리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지난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 이어 7일에도 긴급 전원회의를 열고 고개를 숙여 사과에 나섰지만 이미 대국민 신뢰에는 상당한 금이 갔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노정희 선거관리위원장과 위원들이 7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 관련 긴급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민주당은 부실 관리의 책임이 정부·여당으로 향할까 전전긍긍하고, 국민의힘은 과거 부정선거 주장 이슈로 선거가 점철될까 우려해서 한 차례 질타로 마무리했지만, 민심은 적잖은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전투표를 마친 70대 이모씨는 "이런 투표 결과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고, 20대 서모씨는 "어떻게 내가 한 투표용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투표장을 나올 수 있느냐"며 투표 과정 자체를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여야의 투표율 끌어올리기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판단이 쉽지 않게 됐다.
선관위가 새로운 확진자 투표 관리 대책을 내놨으니 본투표에 더 열심히 나가자는 의견과, 이미 투표를 믿기 어렵게 됐으니 투표를 안 하겠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뛰는 안철수…정권교체 명분 힘싣기냐, 찻잔 속 태풍이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대선후보 단일화를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파급력도 주요 관심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로 인해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젊은 화성, 아이 키우기 좋은나라 만들기' 경기 화성 유세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동안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5%대의 지지율을 얻어왔던 후보였던 만큼, 대선 승패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 후보의 단일화 발표 시기가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에 이뤄진 만큼 정확한 파급력은 예측이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윤 후보의 유세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하면서 적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가 수동적, 비자발적인 단일화였다면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 대표의 한 차례 단일화 결렬 선언으로 이미 윤 후보의 지지층 결집이 대부분 이뤄진 데다, 안 대표의 지지율 또한 단일화 직전으로 향할수록 줄어들며 윤 후보 지지율에 더할 파이 자체가 작아졌다는 것이 근거다.
이대남-이대녀 이어 1번남-2번남 논란…2030세대 표심 어디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7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관계자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이번 대선을 관통하는 이슈 중 하나였던 '이대남-이대녀' 갈등이 '1번남-2번남'(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남성은 1번남, 윤 후보를 지지하는 남성은 2번남) 현상으로 옮겨가고 있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윤 후보의 이대남 집중 공략에 이어 다수의 대선 후보들이 군장병 월급 대폭 인상 등을 들고 나오는 등 이대남 표심 잡기에 나서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2030 여성들의 목소리 또한 커지는 모양새다.
이 후보의 형수와 조카 등 친척 관련 사건으로 당초 2030세대에서는 윤 후보가 크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는데, TV토론회에서 상대를 향해 고압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여성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반말성 표현을 하는 등 윤 후보가 최근 보인 모습들이 여성 유권자들의 비난을 사면서 판단이 쉽지 않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남녀가 끊임없이 대결하는 듯한 구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도 적지 않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부 현상만으로 전체 표심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관위의 사전 투표 부실관리에 분노한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더 나올 지, 아니면 부정선거로 인식하고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을 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이미 양당 지지층이 총결집한 상황에서 안 대표의 지원 유세 효과, 여성에게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는 2030 남성 표심, 말실수 등이 기존에 선거를 관통해 온 정권교체론과 정치교체론의 대결과 함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