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오라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 고상현 기자"국민의 의무니깐 투표하러 왔습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제주시 오라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만난 문찬기(65)씨는 이같이 말한 뒤 "믿음이 가는 후보를 택했다. 당선인은 싸우지 않고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제주지역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은 투표사무원의 지시에 따라 체온을 재고 손 소독제를 바른 뒤 앞 사람과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투표를 이어갔다. 코로나19에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다.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 운동가는 길에 들른 20대 청년 등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투표에 나서면서 일부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대기 줄이 길게 생겼다.
박순애(87·사진 오른쪽) 할머니와 그의 아들 정상권(49)씨. 고상현 기자박순애(87)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은 채로 아들 정상권(49)씨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박 할머니는 "한 표라도 더 올려주려고 왔다. (국민들) 잘 봐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상권씨는 "무능한 사람보다는 아무래도 똑똑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이번 대통령은 깨끗하고 유능하며 서민 경제를 먼저 생각하고 공약을 잘 지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긴 대기 줄에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시민들은 하나같이 나라의 안정을 바랐다.
제주시 오라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 고상현 기자선거 때마다 투표를 잊지 않고 했다는 고병수(45)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부터 지금까지 시국이 많이 어렵지 않는가. 이번 선거 이후로 나라가 더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보라(34‧여)씨 역시 "당선인이 국가가 안정되게 잘 이끌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장모(27)씨는 "굳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마이스터고 등 전문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밥벌이할 수 있는 취업정책을 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제주시 오라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 고상현 기자
제주에 설치된 230개 투표소에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대부분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투표지에 도장이 잘 찍히지 않는다"며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제주시 외도동에 설치된 한 투표소에서는 한 남성이 주취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제주지역 투표율은 61.9%다. 지난 19대 대선 동시간대 투표율(56.8%)보다 5.1% 포인트 높다. 지난 4~5일 치른 사전투표 투표율은 33.7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제주시 오라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 고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