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제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확정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해왔던 윤 당선인에 대한 수사가 멈춰 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공수처가 현재 윤 당선인을 피의자로 입건한 사건은 고발 사주 및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 등 3건이다. 한명숙 모해위증 수사 방해 의혹에 대해서는 대선 약 한 달 전쯤인 지난달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가 윤 당선인에 대한 수사 가운데 가장 큰 진척을 보인 것은 고발 사주 의혹이다. 지난 해 하반기 공수처 인력을 모두 집중해 고발 사주 의혹을 대대적으로 파헤쳤다. 하지만 성과는 내지 못했다.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前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속영장과 체포영장이 각각 2차례씩 기각되는 등 체면만 구겼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해서도 손 보호관과 윤 당선인을 입건했지만, 손 보호관의 건강 문제로 수사가 중단되다시피 했다. 손 보호관은 선거일이 있는 이번 주까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소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달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한 한명숙 모해위증 수사 방해 의혹과 같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옵티머스 사건은 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한 달 전부터 공직선거법에 따라 멈춰왔던 이들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지만, 윤 당선인의 지위를 고려할 때 윤 당선인에 대한 수사는 계속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 외에는 재직 중에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아서다. 공수처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전에 사건을 무혐의 종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고발 사주와 판사 사찰 의혹 피의자로 입건된 손준성 보호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손 보호관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명백한 혐의를 발견할 경우 손 보호관에 대한 기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손 보호관을 기소하게 되면 윤 당선인에 대한 공소시효는 재직 기간 중지되기 때문에 임기 후 공수처가 윗선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윤 당선인이 공수처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예고한 점은 변수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공수처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폐지하겠다고 했다. 부패 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이고 독점적인 지위를 규정하는 '독소조항'을 없애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윤 당선인과 단일화를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보다 더 강력한 방안으로, 즉시 폐지를 공약으로 내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서만 존재의 의의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공수처에게는 앞으로 2년이 중요하다"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되면, 검찰 수사는 공수처에게 맡겨야 한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폐지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