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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 드러난 이대남 VS 이대녀…'갈라치기' 후유증, 해결 가능할까

사건/사고

    표심 드러난 이대남 VS 이대녀…'갈라치기' 후유증, 해결 가능할까

    '이대남'은 尹, '이대녀'는 李…지역·세대 이어 '성별'도
    2030 유권자 "정치권이 남녀 갈라치기 조장" 비판
    전문가 "다른 세대에서는 안 나타나…해소 가능성 있다"
    "정부가 원칙 지키되 여성 목소리 들어야"

    제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인 9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4·5·6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이한형 기자제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인 9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4·5·6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이한형 기자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2030 남녀의 선택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20대 여성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각각 60% 가까이 선택했다.

    지역·세대 간 정치적 이견에 더해 성별 표심까지 분열된 양상으로 표출된 셈인데, 이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통해 표심을 결집시키는 이른바 '갈라치기'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칫 성별 갈등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유권자들은 남녀 갈등 해소가 차기 정부의 우선 과제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10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2030 남성들과 여성들은 대부분 "정치권이 남녀 갈라치기를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회사원인 남성 최모(26)씨는 "갈라치기가 매우 심했다. 특히 여가부 폐지나 기존 성평등을 위한 구조적 시스템에 대한 메시지들이 갈라치기를 조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윤 당선인의 언행과 정책들은 지난 이대남들의 공정성에 대한 분노를 이어받는 맥락에서 이대남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은 뒤로하고 당장 현실의 갈등을 점화 시키면서 논의를 흐렸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30대 초반의 대학원생 여성 A씨는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2030 남성들에게 '우리는 젊은 남성의 편'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줬고, 그 메시지에 남성들이 답했다고 생각한다"며 "개표 결과를 두고 '젠더 갈등'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2030 여성과 남성 사이의 벽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촌 대학가에서 만난 남성 추모(20)씨는 "같이 살아가야 하는데 이번 선거를 보면서 너무 한 쪽으로 편향된 세계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했다"고 한탄했다. 남성 고모(20)씨 또한 "주변 남자들은 거의 다 윤석열을 뽑았다더라. 이재명 뽑은 사람은 딱 한 명 봤다"고 덧붙였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재명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있다. 황진환 기자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재명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있다. 황진환 기자일부 2030 여성들은 대선 레이스를 보면서 윤 당선인의 남성 편향적인 시각이 우려돼 이 후보를 선택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후보를 택했다는 직장인 여성 김모(25)씨는 "사실 이재명을 지지하지는 않는데 윤석열이 아니었다면 심상정을 찍었을 것"이라며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페이스북에 자랑스럽게 올리는 등 시대착오적인 공약을 보면서 상식 밖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30대 취업준비생인 여성 B씨는 "민주당도 이재명도 지지하지 않지만 윤석열이 될 것 같아서 이재명을 찍었다"며 "국민의힘이 여성혐오에 기반한 선동 정치를 했기 때문에 2030 남성들의 지지가 높다고 본다. 과거 '집게 손가락' 논란처럼 이들의 '떼쓰기'를 언론과 기업, 사회에서 받아주는 관행도 문제"라고 목소리를 냈다.

    반면 일부 2030 남성들은 오히려 '갈라치기'는 문재인 정부 등 더불어민주당에서 시작했고, 윤 당선인이 이를 바로잡아준다고 했기 때문에 뽑은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30대 초반의 직장인 남성 C씨는 "언론에서는 이번 대선을 '갈라치기'라고들 하는데, 갈라치기는 애초 민주당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이) 스스로 페미(니즘) 대통령이라고 하는 등 젊은 남성들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많이 하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의 그런 기조 때문에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나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라는 등 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도 남자에게 불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공정해야 할 부분에서 역차별을 느꼈다. 윤 당선인은 이를 공정하게 바로잡아주겠다고 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학교 3학년 남성 이모(23)씨 또한 "민주당에서 갈라치기 식으로 표심을 얻는 게 너무 싫었다"며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고 말하지만 저는 남자로서 솔직히 어떤 혜택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여성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려고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정당 자체도 갈라치기를 안 할뿐더러, '여가부 폐지'와 같이 한 부처가 하는 일 중 좋은 일도 있지만 잘못된 부분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등 객관적인 것 같다"며 "앞으로 사회에 나갈 텐데 남자와 여자가 좀 평등한 위치에서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젠더 정책과는 전혀 상관없이 선택했다는 의견들도 다수 있었다. 20대 남성 고씨는 "사실 지난주까지 정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선거관리위원회가 너무 일을 이상하게 하길래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김모(21)씨는 "솔직히 젠더 문제는 크게 관심이 없다. 공약들도 다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전 부모님이 자영업자인데,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윤석열을 뽑았다. 여성이고 남성이고 정권 교체 이유가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갈라치기'에 대한 생각도, 투표한 후보도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이들은 모두 "차기 정부는 남녀 갈등을 해소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20대 여성 김씨는 "이 세대가 진짜 어지간히 불안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자들은 죽을까봐 불안하고, 남자들은 취업 못할까 봐 불안하고 그런 것 같다"며 "남녀 갈등 해소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다만 그러려면 확실히 여가부 폐지 같은 정책은 넣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A씨 또한 "이렇게 싸워도 좋을게 도대체 뭐가 있나. 분열된 채로 살면 결국 불리한 건 약자들 뿐"이라며 "결국 다당제로 바뀌어야 한다. 이재명=페미니스트, 윤석열=반페미니스트 같은 흑백 공식 아래 모든 게 다 포섭돼 해결할 수 없는 대립관계를 만드는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20대를 빼고는 그렇게 남녀가 나눠지는 경우는 거의 발견할 수가 없다. 30대도 차이가 매우 적다"며 "오히려 30대 이상부터 투표에서 젠더에 따른 차이가 별로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성별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젠더 이슈는 '통합'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원칙을 갖고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가 해온 성평등을 향해 가는 전략이 오히려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고 본다. 원칙을 지키며 계획대로 하되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20대 여성들이 목소리를 경청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 정치가 기본적으로 진영 정치여서 정치인들이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며 "이를 깨기 위해서는 다당제 체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양당 정치를 깨서 '갈라치기'가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헌과 선거 제도 등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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