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모니터 꺼진 여가부.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제일 먼저 뜨거운 감자가 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밝혔던 대로 폐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목소리와 재검토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함께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결단은 여가부에 대한 국민 여론과 시대정신을 따른 것"이라며 "윤 당선인이 지난 1월 초 선대위 해체 전 청년 보좌역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저와 유상범 의원이 보고드려 결단한 것이 페이스북 단문 메시지 형태의 여가부 폐지 공약"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이대남의 불만을 조직화하는 데 여가부폐지 공약이 쓰였고, 막판 대선 레이스에서 여성들이 결집하게 됐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대선 결과의 원인을 잘못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또 "이것을 젠더 갈등, 여성 혐오인 것처럼 무작정 몰아간 것은 오히려 민주당"이라며 "그동안 잘못된 정책으로 젊은 남녀를 갈라치기해 온 것도 현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의견은 윤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후 순위로 미루는 등 신중하게 처신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앞서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성의 문제에 대해 별도로 좀 더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를 통해서 하도록 하고, 대신 공정한 경쟁이나 시스템을 보장한다는 전제 하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된다는 콘셉트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관련 논의가 "현재 여성가족부가 하는 역할을 보면 여성이나 가족 문제, 권익을 신장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그들만의 자리 나눠먹기가 돼서 흔히 말하는 과도하게 한쪽으로 편향된 페미니스트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런 분들의 일종의 출세도구"화 됐다는 점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를 "현대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로 살아갈 게 틀림없을 젊은 세대의 절망이 폭발한 선거"였다고 평가하면서 "이대남이 이대녀 때문에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도, 이대녀가 이대남으로 인해 불평등해진 것도 아니"라고 지적하는 등 관련 공약의 재검토를 주문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여가부 폐지'로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로 술렁였다. 이날 여성가족부 복도에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아예 여가부 지위를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조은희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여성이 아직도 도움이 필요하고 여성의 안전이나 저출산, 가족의 문제를 어느 부서에서는 해결해야 된다. 지금 인구절벽이기 때문에 이건 대통령 프로젝트로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된다"면서 "이 기능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서 제대로 역할을 하게 해야 된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가부 관련 논의에서 당내 갈등의 여지도 감지된다.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조 의원의 인터뷰 기사 링크를 걸고 "대통령 선거 공약에 대한 비판이나 지적은 가볍게 하지 말아달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더이상 야당이 아니다. 이제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을 적극 지원해 국정운영의 안정을 가져와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당선인의 공약을 직접 비판하지 마라. 바로 혼란이 온다. 그것이 선거 직후의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윤 당선인 측은 관련 공약이 "인수위 안에서 진지하게 논의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인수위원회 7개 분과에서 여성이 없는 것과 관련해 "여성과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과 가족, 인구절벽에 대해 따로 부처를 만든다고 했다"며 "모든 여성에도 관련된 문제다. 전반적으로 성(性)의 문제가 아닌 휴머니즘 철학을 반영해서 여성, 남성을 공히 골고루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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