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국회사진기자단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부지를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와 용산 국방부 청사 두 군데로 압축한 가운데 인수 위원들이 18일 오후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이 현장을 방문하는 인수위원들의 보고와 각계의 의견 등을 청취·검토한 뒤 부지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최종 결정이 아직 난 것은 아니지만 국방부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분주하게 이사를 준비하는 모양새이다. 군 일각에서는 지휘부가 갑자기 분산될 경우 생길 수 있는 안보 공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보 위협 엄중한 시기에 혼선…다음 주까지 짐 싸라?
국방부는 군을 합법적으로 통제하는 정부기관으로서, 각군 본부가 행사하는 군정권(軍政權)과 합동참모본부가 행사하는 군령권(軍令權)을 모두 쥐고 있다.
즉 군사 관련 정책 결정과 개발, 그리고 유사시 작전지휘와 통제 등을 모두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청사에 많은 돈을 들여 관련 시설과 자체 벙커, 보안·통신·지휘통제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
17일 국방부 청사와 주변 모습. 연합뉴스그런데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 여러 부서와 직할부대 근무자들은 정도는 다르지만 대체로 이달 말이나 심하면 다음 주까지 사무실을 비우라고 통보를 받았다.
국방부 부지를 함께 쓰는 직할부대로는 근무지원단, 검찰단, 조사본부, 보통·고등군사법원, 사이버작전사령부, 시설본부 등이 있는데 이들 부대 건물 대부분 최근 며칠 사이에 공간과 재물 현황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일단 본청(신청사)에 있던 사무실 중 상당수가 구청사로 옮겨야 하는데, 이러면 구청사에 있던 사이버작전사령부는 전쟁기념관 뒤쪽에 있는 국방대학교 서울캠퍼스(구 방위사업청) 건물로 옮겨야 한다. 구청사 바로 옆에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까지 이사를 가야 할 수도 있다.
근무지원단과 시설본부, 검찰단, 보통·고등군사법원 등에서도 참모진과 경비부대 주둔, 경호 등을 이유로 대부분 이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직간접 예산 1조원 소요"…돈 얼마 들든 비효율은 불가피
차라리 국방부 전체를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나 세종시로 과감하게 옮기는 방법이라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추진할 법하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데다 국방부 기능은 구청사와 정부과천청사 등으로 쪼개지는 형태다. 오히려 업무 소요 시간과 함께 연락관 명목 인원만 늘어나는 비효율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 사이버작전사령부는 국가정보원과 함께 북한이나 외국 사이버 공격을 방어하는 최전선에 서서 매일 실전을 치르는 부대다. 국방부와 합참은
다음 달 한미연합 지휘소훈련(CCPT)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인 상황이다. 사이버 안보와 한미연합훈련에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 시설을 갖추기 위해 드는 돈도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들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합참 및 국방부 직할부대 이전에 따라
직간접적인 예산이 1조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
전자기펄스(EMP) 방호가 필요한 지휘통제시설을 다시 구축해야 하며 군사시설 재배치와 군인, 군무원, 공무원들의 가족 이사 등 간접비용도 불가피한데 직접비용만 계산해 수백억원이라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퇴역 해병중령)은 1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국방부는 지난 70년 동안 다져진 국방 시스템의 허브이며, 수십조원 세금이 투여된 국방자산이니 이전한다면 거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과 공간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그러지 못했을 경우 결국 그 피해는 안보의 공백이나 국방자산의 매몰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안보 위협 상황이 생기면 신속하게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공보작전 기능도 혼선을 빚을 수 있다. 일부 기자들 또한 이 문제를 지적한다.
국방부는 대통령 인수위에 집무실 이전과 관련된 여러 방향과 내용에 대한 자체적인 의견을 전달했지만, 인수위 의지가 강해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현대전 핵심은 '분산'인데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를 붙인다?
모자이크전 개념도. 국방과학연구소 제공몇 년 전 미군은 기존의 군 형태로는 미래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중국 등의 미사일 위협은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이를 다 막을 수도 없는데, 현대전에서 거대한 전력 하나가 손실되면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생긴 개념이 모자이크전(mozaic warfare)이다. 기존의 커다란 전력은 지정된 위치에 딱 들어맞아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정한 모양 퍼즐 조각으로 비유된다. 공격을 받아서 하나만 없어져도 '전투'라는 퍼즐을 완성할 수 없다.
하지만 모자이크전에서는 전투를 하는 각 플랫폼이 '타일'로 비유된다. 타일은 정사각형이니 어디에나 들어맞을 수 있다는 데서 따왔다.
그 대신 각 타일은 다른 타일이 없더라도 전체적인 '그림'을 만드는 데 큰 지장이 없도록 유기적으로 구성된다. 첨단 지휘통제시스템을 이용해 중앙에서 인간의 지휘와 기계의 통제를 바탕으로, 분산돼 있는 전력들이 필요에 따라 '헤쳐모여'를 하는 방식으로 상대 전력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국방부 청사 본관(신청사) 인근에서 주변 건물들을 찍은 사진.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부분은 모두 민간 건물이다. 높은 만큼 이 건물들에서 국방부 청사 또한 훤히 내려다보일 수밖에 없다. 김형준 기자여기에 딱 맞게 대입하긴 어렵지만, 우리 정부 또한 불시 공격으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정부 기능이 한번에 마비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현재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국방부 벙커, 합동참모본부 B-2 벙커,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 계룡대 U-3 벙커 등이 모두 정부 기능 전체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부 공무원 위주인 서울대 B-5 벙커도 있다.
하지만 적 공격이 언제 있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평소에도 청와대와 국방부, 정부서울청사, 과천청사, 세종청사 등이 분리돼 있다. 예를 들어 용산에 핵공격이 떨어져 큰 피해를 입어도, 청와대와 수방사 벙커는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전면전 상황에선 이 곳들 모두에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이 들어오겠지만, 이렇게 분산시켜야 생존 확률이 올라간다.
군 관계자는 "청와대 벙커는 정부 모든 기능을 효율적으로 지휘할 수 있도록 노무현 정부 시절 큰 돈을 들여 20년 가까이 잘 썼는데, 왜 쓰지 않는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청와대와 합참, 수방사가 모두 분리돼 있어 무슨 일이 생겨도 이동하면 되지만 평시에 용산에 모두 모여 있다면 전시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인수위는 집무실로 국방부 본청(신청사)을 사용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우리 정부와 군 지휘부를 한 번에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목표가 된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근처 아모레퍼시픽, LS용산타워, 센트럴파크타워 등 높은 건물에서
대통령 동선을 관측하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