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고 있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의 작심 발언이 시작을 알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말하자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반발했다.
윤건영 의원을 비롯한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14명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채 위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요지이다. 민형배 의원은 '망언'이라며 채 위원을 내보내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누가 먼저 불을 당겼건 예고된 논쟁의 수순이었다. 0.7% 차이일지라도 대선에서 진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패배의 원인을 찾고 복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정치의 수순이며 국민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문제는 논쟁 과정에 뼈를 깎는 자기 반성과 쇄신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가 '내가 잘못했다'며 자세를 낮추고 냉철히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책임의 화살을 맞지 않으려 진영을 가르고 방어막을 치기 시작했다.
청와대. 연합뉴스이 와중에 청와대는 고요하다.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과 복기는 생략했다. 대통령 탄핵과 촛불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가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된 상황에 상당수 국민들이 허탈해하고 있지만, 단 한 줄의 반성 코멘트도 없었다. 그저 "치열한 선거가 끝났으니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자"는 말 뿐이었다. 명분과 비전이 없는 통합의 메아리는 공허하게 들렸다.
청와대 출신 14명의 항변처럼 청와대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대선 직전까지도 40%를 훨씬 웃돌았다. 역대 정부 중 임기 말까지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그 자체가 정부의 성과와 그에 대한 인정을 말해 준다.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역할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막판까지도 이재명 후보에 대한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들의 선택은 정권 연장이 아닌 정권 교체였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의 책임도 있겠지만 '조국 사태', '내로남불', '부동산 심판' 등 현 정부의 한계도 있었다. 패배의 원인은 당연히 복합적이다. 복기를 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오답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당이 깨지는 것을 염려하면서 대오를 유지하는게 우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가 대선 패배의 복기를 하지 않은 채 민주당 내홍을 강 건너 불구경으로 바라만 본다면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오를 유지하는데 있어 청와대의 침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낮은 자세로 냉정히 패배를 받아들이며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진정성 있는 복기와 성찰만이 대선으로 황폐해진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길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