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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파친코' 윤여정, 진하와 첫 신 찍고 한 생각 '쟤,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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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파친코' 윤여정, 진하와 첫 신 찍고 한 생각 '쟤, 잘한다'

    애플TV+ '파친코'(감독 코고나다·저스틴 전) 선자 역 윤여정&솔로몬 백 역 진하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 노년의 선자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과 솔로몬 백 역을 맡은 진하. 애플TV+ 제공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 노년의 선자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과 솔로몬 백 역을 맡은 진하. 애플TV+ 제공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대서사시 그려낸 애플TV+ 글로벌 프로젝트 '파친코'에서 중심에 놓인 인물은 선자다.
     
    서로 다른 세 시대를 살아가는 선자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파친코'는 선조들에 대한 헌사이자 동시에 이 땅의 모든 선자에게 바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선자를 섬세하게 현실에 재현한 건 바로 배우 윤여정이다. 윤여정이 연기한 선자는 아픔으로 가득한 인생 속에서도 한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 또 한 명의 주목할 캐릭터가 있다. 바로 1989년 일본 오사카에 살고 있는 74세 선자의 손자이자 카리스마 있고 야망 넘치는 젊은 은행 임원인 솔로몬 백이다. 솔로몬은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목표가 확실하며 이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그런 솔로몬은 선조들이 선물한 삶을 보다 큰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때로는 윤리 의식이 흐려지고, 스스로의 삶을 흔드는 결정으로 떠밀리기도 한다.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를 오가며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진하가 솔로몬 역을 맡았다.
     
    18일 오전 선자 역의 윤여정과 솔로몬 역의 진하를 화상으로 만나 '파친코'가 어떤 작품인지, 그리고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것은 어떤 경험이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스틸컷. 애플TV+ 제공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스틸컷. 애플TV+ 제공▷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전후의 이야기를 약 70년에 걸쳐 담아내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사실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여정 : 
    이번에 진(*참고: 인터뷰를 하며 윤여정은 진하를 '진'이라고 불렀다)도 저도 '파친코'를 하면서 너무 많이 배웠어요. 나는 '자이니치'(ざいにち, 재일 한국인)라고 안 하고 재일교포라고 해요. 그런데 극 중 내 아들(모자수 역 아라이 소지)이 자이니치인데,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데 자부심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들은 일본 사람이 안 되고 한국인으로 산다는 걸 뜻하기에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대요. 역사는 배우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이번에 그걸 배우고, 찍으면서도 너무너무 가슴 아팠고, 정말 (이번에) 많이 배웠어요.
     
    ▷ 영화 '미나리'에 이어 이번 '파친코'까지 글로벌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하고 계시는데,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윤여정 :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가 왜 이런 프로젝트를 자꾸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인터내셔널 프로젝트라서 해야겠다는 마음은 없어요. '미나리'를 했을 때 왜 이걸 했냐고 했는데, 나는 사실 남쪽 조그마한 동네인 플로리다에서 잠시 살면서 미국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인종차별도 하나도 못 느꼈어요. 그래서 하나도 몰랐다가 우리 아들이나 진하, 얘네가 그런 걸 많이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얘네는 국제 고아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와도 한국말을 못하니까 이상하고, 미국에서도 미국인인 줄 아는데 아닌 거고. 그래서 아마 이런 프로젝트를 할 때 도와줘야 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하는 거 같아요. '미나리' 때도 아이작(감독)을 도와야 한다는 게 마음속에 있었어요. 얘네가 다 우리 아들인데, 우리 아들과 똑같은 상황인데 말이죠.

     
    ▷ 영화에는 원작에는 없는 장면이 있습니다. 선자가 부산 영도의 찬 바다에 발을 담그고 우는 모습인데요. 이 장면을 찍을 때 마음은 어땠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윤여정 :
     소설에 그 신이 없는데 스크립트에 이 신이 있기에 각색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그 여자가 고향으로 한 번 돌아가 보고 싶지 않겠어요? 내가 선자라면 진짜 한 번 고향에 돌아오고 싶었을 거 같아요. 9살 때부터 물질을 배우려 한 여자고, 그때 아버지가 물 밖에서 딸과 같이 숨을 쉬어줘요. 당돌한 계집아이가 아무것도 없이 물에 뛰어드니까 말이죠. 이게 소설에 나와요. 그건 정말 한국인의 사랑이죠. 그 신을 넣은 수 휴한테 정말 감사했어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스틸컷. 애플TV+ 제공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스틸컷. 애플TV+ 제공▷ 진하 배우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서 이번 작품과 본인이 맡은 솔로몬에 더 깊이 공감했을 것 같다고 봅니다. 이 작품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궁금합니다.
     
    진하 : 
    굉장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살아가며 경험했던 것과 연결되는 게 많았어요. 부모님과 그들의 부모님 세대가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분이 있기에 더 의미가 있었죠. 이러한 역사를 미국 TV 시리즈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러워요. 제가 언젠가는 우리 역사와 제 가족의 이야기를 연기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나 빨리 기회가 올 거라 생각 못했기에 더 기뻐요.
     
    ▷ 일본에서 태어난 자이니치인 솔로몬은 미국에서 일하면서 큰 성공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압박을 느끼는 인물입니다. 이러한 솔로몬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나요?
     
    진하 : 
    물론 많은 면에서 저와 솔로몬은 달라요.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한 솔로몬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아온 제가 많은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러한 비슷한 면이 솔로몬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됐죠.
     
    솔로몬은 선자가 이전에 했던 희생과 결정의 결과물이에요. 그렇기에 첫 번째로 기회를 얻은 세대로서 부담감을 짊어지고 있죠. 저도 미국에 이민 오면서 부모님의 많은 희생이 있었어요. 이런 희생에 대해 정당화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도 들어가 있어요. 여기에 상당히 무게를 두고 생각했어요. 이런 모든 면을 '파친코'가 상당히 아름답게 잘 그려냈다고 생각해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 노년의 선자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 애플TV+ 제공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 노년의 선자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 애플TV+ 제공▷ 윤여정 배우와 연기한 건 당신에게 어떤 경험이었나요?
     
    진하 : 
    윤여정 배우라는 마스터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촬영마다 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죠. 윤 선생님이 연기하시는 걸 최대한 많이 보고자 했어요. 이런 연기를 가까이에서 보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제가 어릴 때 할머니가 계셨지만 가까이 있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에 윤 선생님과 할머니와 손자로서 가까운 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 아주 좋았어요.
     
    윤여정 : 같이 하면서 굉장히 친했어요.
     
    진하 : 우리 생일 똑같아요. 신기하죠?
     
    윤여정 : 우리 진이 굉장히 똑똑하고 철학적이에요. 촬영 현장에 갔는데, 첫 신이 기차역 신이었어요. 진하가 왔는데,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그렇잖아요. 배우는 크고 핸섬하고, 이민호같이 생겨야 하는데 얘를 딱 보는 순간, 내가 늙었으니까 편견이 얼마나 많아. 쪼그만하고 그렇게 핸섬하지 않는데, 애플TV+에서 오디션을 몇 달을 봤다는 거야. 뭐 하러 그렇게 했나 했는데, 첫 신을 하고 나서 내 친구한데 그랬어요. '쟤, 잘한다.' 배우는 배우끼리 알아요.
     
    진하 : 우와!
     
    윤여정 : 얘는 나를 마스터라고 하는데, 연기는 마스터할 수 없어. 마스터라 부르지 마.
     
    ▷ 지난해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후 한국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혹시 수상 후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있으실까요?
     
    윤여정 : 
    저는 달라진 건 하나도 없고요. 똑같은 친구와 놀고 있고 똑같은 집에 살고 있어요. 내가 그냥 하나 감사한 건, 얘(진하) 나이 때 아카데미를 탔으면 (진하를 향해 한국어로 뭐라고 표현하는지 물어본 후) 둥둥 떠다녔을 수 있다는 거예요.
     
    진하 : 저한테 왜 한국말을 물어보세요?(웃음)
     
    윤여정 : 그래서 정말 내 나이에 감사해보긴 처음이에요. 나도 늙는 게 싫은 사람인데, 내가 만약에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를 30대나 40대에 탔더라면 붕붕 떴겠죠. 그 상을 받는 순간에는 기쁘죠. 근데 그 상이 나를 변화시키지는 않아요. 나는 그냥 나로 살다가 죽을 거니까. 그건(수상은) 운이에요. 내가 너무 운이 좋았어요.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를 노크했고, '미나리'가 우여곡절 끝에 아카데미에 올라갈 수 있었고, 거기에 내가 이상한 할머니로…. 미국에선 '새비지 그랜드마'(savage grandma, 야만적인 할머니)로 불린다고 하더라고요.
     
    진하 : 아니에요. 잘못 알고 있어요.
     
    윤여정 : 그래서, 그냥 운이었어요. 정말 운이었어요.
     
    진하 : 정말 받으실 만한 상을 받으신 거라 생각합니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 솔로몬 백 역을 맡은 배우 진하. 애플TV+ 제공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 솔로몬 백 역을 맡은 배우 진하. 애플TV+ 제공▷ 두 분께서 연기하면서 어떤 대화를 주로 나누셨나요?
     
    윤여정 :
     가수나 퍼포머랑 우리(배우)가 다른 게, 우리는 같이 느끼고 같이 해야 되는 거예요. 나 혼자만 연기할 수 없어요. 그래서 내가 모노드라마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그건 자기한테 취해서 하는 거 같아. 얘하고 내가 하는 순간엔 얘는 손자고 나는 오랜 세월 산 할머니예요. 손자가 미국에서 예일대학을 나와도 안 되는 게 있는데, 그런데 할머니가 말은 못하고 얘를 바라봐야 하는 게 있어요. 그게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이라 좋았어요.
     
    진하 : 똑같아요. 기억나는 순간이 있어요. 첫 촬영했던 날 장면 사이에 기다리는 시간이 생겨서 대기실에서 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어요. 윤 선생님이 특정 장면에 대해 질문하셨는데, 제가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요. 윤 선생님과 이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다니! 정말 같이 연기하는 구나! 꿈같은 순간이구나! 그런데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제가 집중해야 하기에 이런 스타와 함께 일한다는 행복보다 작품의 디테일, 작품 안에서 그려지는 관계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윤여정 선생님이 너무 웃겨요.
     
    윤여정 : 왜 퍼니(funny)한지 알려 줄게요. 장면을 찍을 때는 심각하지만, 다른 순간에도 막 이야기하는 게 나는 좀 아닌 거 같아요. 내가 웃고 싶어서, 진짜 릴렉스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어떤 배우들은 감독과 토론하고 그러는데, 액팅(연기)은 토론이 아니에요. 액팅을 토론으로 하면, 나는 연기론을 쓰든지 해야 해. 그래서 나는 그런 걸 싫어해. 사람들이 나를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을 어떤 사람들은 날 싫어하고 어떤 사람들은 날 좋아하고….
     
    진하 : 전 엄청 좋아합니다.
     

    ▷ 마지막으로 애플TV+ '파친코' 예비 시청자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세요.
     
    윤여정 : 
    진이 생각해야 한대요. 제가 한국말로 인사하라고 해서. 전 한국말 잘하잖아요. 7~80년이라는 정말 방대한 역사를 한 가족을 좇아서 하는 이야기예요. 저는 보고 만족했고, 봉준호 감독의 말마따나 1인치 장벽(자막)을 넘으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하니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진하 : 고민했는데요. 제가 영어로 해야 할 거 같아요. 이 정도 규모로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나게 되어서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우리에 대한 이야기,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어요.
     
    윤여정 : 나는 진이 한국 감독들 작품에 출연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거 같아.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포스터. 애플TV+ 제공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포스터. 애플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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