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이청산 역 배우 윤찬영. 넷플릭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우리를 구할 사람은 우리밖에 없어."
오래전부터 온조를 짝사랑해 온 청산은 온조가 수혁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자 자신의 감정을 애써 숨긴다. 그러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서 온조와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청산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온조에게 조심스레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한 거다.
청산은 침착한 성격과 빠른 상황 판단력으로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남다른 기지를 발휘하며 활약한다. 망설이는 법 없이 친구들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물론, 위협 앞에서도 늘 앞장서서 친구들을 챙긴다. 그런 청산은 우연히 귀남의 악행을 목격하게 되고, 이후 두 사람 사이 끈질긴 악연이 시작된다.
올곧은 마음과 친구를 향한 우정, 그리고 온조를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이청산이라는 캐릭터에 전 세계 수많은 시청자가 매료됐다. 이청산을 연기한 배우 윤찬영은 자신과 청산의 만남이 "영화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11일 오전 화상으로 만난 윤찬영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 속 이청산과의 만남부터 그를 올곧게 그려내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윤찬영과 이청산의 만남
▷ '지금 우리 학교는'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윤찬영 : 사실 실감이 잘 안 난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좋아해 주셔서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촬영할 때의 좋았던 기억, 추억들이 다시 한번 생각이 나서 새롭기도 하다. ▷ 이청산 역으로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윤찬영 : 정말 내게는 영화 같은 일이었다. 입시 준비를 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히고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서 많이 힘들었다. 수시에도 몇 군데 지원했는데 결과가 안 좋아서 상심도 많이 하고, 자책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지금 우리 학교는' 오디션 소식을 들었다. 내가 여기서 정말 진짜로 한 번 최선을 다해 볼 수 있는, 나 자신을 시험할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오디션에서 연기를 마친 후 감독님께서 '최고의 배우'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너무 극찬이라 다음에 보자는 걸로 받아들이고 별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두 달 뒤 청산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놀라웠다. 촬영하면서 따뜻하고 또 보람찼고, 그래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정시에서 대학 합격 소식도 들었다. 정말 보람차게 나의 스무 살을 시작하게 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자신이 지켜본 '이청산'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리고 청산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윤찬영 : 내가 생각하는 이청산은 자신만의 신념이 되게 확고하고 올곧은 학생이다. 그런 청산이기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빠른 판단을 바탕으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의 길을 찾길 항상 갈구했고, 남들보다 앞서서 친구들을 위해 행동할 수 있었다. 이러한 청산을 그려낼 때 가장 고민했던 점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온조를 대하는 태도나 마음이었다. 청산이 자신의 목숨보다 온조를 더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항상 잃지 않고 가져가려고 했다. ▷ 개인적으로 청산이라는 인물에 공감했던 순간이 있는지 궁금하다.
윤찬영 : 청산이 갖고 있는 신념이 굉장히 와 닿았다. 청산은 남들이 봤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도 자신의 마음에 조금이라고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못 참는 성격이다. 그런데 이런 점이 청산이 앞으로 먼저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평소에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먼저 나서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런 점을 공감해서 청산의 행동을 좀 더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 자신과 청산의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윤찬영 : 청산이처럼 그렇게 목숨 걸고 사랑을 해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청산이 온조를 생각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나보다 온조를 먼저 생각하기 위해서 대본과 휴대폰에도 온조 스티커를 붙이고, 휴대폰 배경화면에는 웹툰 속 온조의 모습을 해놓으면서 항상 온조를 마음에 품고 있으려고 노력했다. 그 부분이 청산과 내가 다른 점이었고, 달라서 노력을 많이 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이청산 역 배우 윤찬영. 넷플릭스 제공 목적지를 향해 달리듯 폭발적으로 이청산을 그려낸 윤찬영
▷ 도서관에서 귀남과 맞붙는 신을 비롯해 시리즈 내내 인상적인 액션을 많이 선보였다. 액션 신 준비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윤찬영 : 평소에 축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팀을 이뤄 대회에 나갈 정도로 축구에 진심이다. 그래서 액션 장면 촬영할 때 축구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축구도 달리는 스포츠고, '지금 우리 학교는'에도 달리는 장면이 많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수비수 한 명 한 명 제치고 나가듯이 좀비들을 피해서 목적지까지 달리는 것과 같다. 빠른 발걸음을 갖고 좀비를 피해서 도망 다니는 청산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되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손흥민 선수를 보면 폭발적인 파워와 스피드, 그리고 빠른 결정력을 갖고 있다. 그런 손흥민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고, 어떻게 하면 캐릭터와 액션에 녹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다.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를 접목할 수 있어서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액션 신이 많은 만큼 좀비들과 대결하는 장면도, 좀비들에 둘러싸이는 장면이나 그들로부터 도망가야 하는 장면도 많았다. 혹시 촬영하면서 무섭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윤찬영 : 좀비 배우분들을 매번 뵙지만, 실제 좀비가 나타난 것 같아서 마지막 촬영까지 적응이 안 됐다. 그래서 촬영할 때 집에 가서 좀비 꿈을 엄청 많이 꾸기도 했다.(웃음) 촬영 끝나고 나면 다들 너무 좋은 배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는데, 막상 슛 들어가면 적응이 안 되더라. 너무 무서워서 좀비 배우분들을 마주할 때 항상 두려웠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장 위를 오가며 촬영할 때, 물론 안전장치가 너무 잘 되어 있지만, 높은 책장 위에서 긴박한 액션 장면을 촬영하는데 고소공포증이 없는데도 떨리더라. 정말로 떨어지면 좀비들에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감정에다가 높고 아슬아슬한 곳에서 촬영하다 보니 실감도 나고 몰입도 많이 돼 무서웠다. ▷ 극 후반부에 "오늘은 내가! 이 학교에서! 제일 행복한 놈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화제다. 당시 촬영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
윤찬영 : 원작에도 있는 대사인데, 웹툰을 볼 때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대본에도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건 어떻게 해서든지 멋있게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웹툰과 달리 상황이 조금 각색됐는데, 극 중에서 내가 온조에게 마음을 전한 후 탈출 과정에서 친구들과 함께 건물에 고립된다. 내가 건물 위로 올라가 좀비들을 몰게 할 테니 그사이 빠져나가라는 말을 했지만 온조가 말려서 하지 못했는데, 좀비가 된 귀남에게 물리게 된다.
귀남에게 물리고 나서는 목숨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과 온조를 앞으로 볼 수 없다는 슬픔, 그래도 친구들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과 정의감 등 만감이 다 교차했다. 청산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마치고 온조에게 마음을 다 전하고 나서 안고 있다가 결심을 한다. 여기서 친구들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주자고 말이다.
좀비들을 유인하면서 동시에 청산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폭발력에 집중하려 했다. 그 모든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제일 효과적일까 생각했을 때, 억누르지 말고 폭발시키자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쉽지 않은 장면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좋아서 이 장면을 꼭 넣고 싶다고 말씀해주셨고, 그 말씀에 나도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만족스럽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많은 시청자가 엔딩에 관해 궁금해 한다. 과연 청산이 진짜 죽은 건지 아니면 살아 있는지 말이다.
윤찬영 : 안 그래도 며칠 전에 해외 인터뷰를 했었는데 해외 기자도 청산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사실 나도 모른다. 뒤의 이야기를 들은 게 없고, 나도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나도 살고 싶다.(웃음)
▷ 전 세계 시청자를 위해 '지금 우리 학교는'의 관전 포인트를 알려준다면 무엇이 있을까?
윤찬영 : 한 번 깊게 몰입해서 '만약에 내가 저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어떤 판단을 내릴까?' 등에 관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보면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이에 대한 의견이나 시리즈의 주제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