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우무치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의적단을 이끄는 두목 무치(강하늘)는 역적으로 몰려 쫓기던 중 우연히 해적 단주 해랑(한효주)을 만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다. 더 이상 오갈 곳 없는 처지, 해적들의 구박 속에서도 무치는 기죽지 않고 의적단 두목의 위상을 과시한다.
자칭 '고려 제일 검'으로 통하는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제 몫을 하다가도 결정적 순간 허당스러운 모습으로 의적들조차 등을 돌리기 일쑤지만, 결국 한 수 접고 해랑을 따르며 사라진 왕실의 보물을 찾아 위험천만한 바다로 뛰어든다.
따뜻함과 진중함, 코믹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배우 강하늘이 해양 액션 어드벤처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을 통해 능청스럽지만 검을 쓸 때만큼은 자칭 고려 제일 검다운 압도적인 검술 실력을 선보이는 무치 역으로 돌아왔다.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온라인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강하늘은 능청스러운 캐릭터로 변신하게 된 이유와 함께 호흡을 맞춘 해랑 역 한효주, 부흥수 역 권상우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강하늘은 대본을 본 순간 '해적선'에 오르고 싶었다
"전편을 되게 재밌게 봤어요. 그리고 제가 해적이라고 하는 소재 자체를 재밌어 하는 게 있나 봐요. 예전부터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나 선배님들이 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도 주변에서 재밌다고 하는 말을 듣기 전부터 관심 있어서 찾아본 작품이거든요. 이런 어드벤처 장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2014년 한국형 해양 액션 어드벤처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은 '해적'은 감독과 출연진을 바꿔 새로운 모습으로 재정비해 출정했다. 전작보다 더욱 커진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강하늘은 무치 역을 맡아 시원시원한 액션은 물론 웃음까지 담당했다.
강하늘은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바다를 항해하는 해적선에 올라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를 해적선으로 이끈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해랑' 캐릭터다.
그는 "무치도 무치지만 해랑이 너무 멋있어서 옆에서 같이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으로, 서로 합이 잘 맞아 탁구공이 오가듯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를 말하기도 한다) 할 수 있는 역할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진지함과 코믹함 사이 중간 지점을 찾아서
해적선에 올라 해랑과 티키타카하기 위해선 무치를 완벽하게 그려내는 게 우선이었다. 강하늘은 시나리오를 보고 무치에게서 만화 '열혈강호' 주인공 한비광을 떠올렸다.
"싸울 때는 굉장히 수려하게 칼을 잘 쓰고, 아닐 때는 허당끼 넘치는 두 양극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자유분방하고 천방지축 같은 느낌이면 어떨까 싶었죠. 무치를 느낄 수 있게 '우당탕탕' 할 수 있는 캐릭터처럼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감독님, 분장팀과 회의를 했어요." 그렇게 해서 장발의 무치는 더벅머리를 가진 지금의 캐릭터로 완성됐다. 덕분에 강하늘은 2주마다 3~4시간씩 파마를 해야 했다. 그는 "무치 캐릭터를 위해 기울인 노력 중 가장 많이 힘들었던 점"이라며 웃었다.
능청스럽고 자유분방하면서도 때로는 진지하게 싸움에 임하는 무치는 곧 코믹해지고, 해랑 앞에서는 사랑에 빠진 사람 특유의 기운을 한껏 내뿜는다. 125분의 러닝타임 안에서 한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이러한 복합적인 캐릭터를 위해 강하늘은 "싸울 때는 굉장히 잘 싸우고 아닐 때는 허당끼 있는 걸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오히려 평면적인 캐릭터가 되더라"며 "너무 극과 극을 가버리면 이게 오히려 더 쉬운 접근법이 아닐까 생각해서 중간 지점으로 가려고 노력했다. 정말 매 컷 고민했다"고 말했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우무치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진중한 노력파 한효주, 액션의 고수 권상우와 호흡을 맞추다
강하늘은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한효주가 연기할 해랑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해적선의 주인인 단주 해랑은 정확한 판단력과 강인한 카리스마, 민첩한 무술 실력에 누구보다 단원들을 아끼는 따뜻한 마음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해적들의 리더다. 그리고 한효주는 해랑 캐릭터를 연기와 액션 모두에서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효주 누나는 액션스쿨에서 거의 살았던 거 같아요. 그 지점이 굉장히 멋있었어요. 제가 액션스쿨에 갈 때마다 항상 연습하고 합을 맞추고 있고, 현장에서도 칼을 쓰는 방법을 계속 손에 익히려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며 해랑을 넘어서 효주 누나가 멋있다고 생각했죠." 강하늘이 본 한효주는 현장에서도 언제 어느 순간에 액션 신을 들어가더라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도록 늘 몸을 예열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런 모습에서 한 역할 한 역할을 정말 신중하고 진중하게 파고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가 감탄과 찬사를 이어간 배우는 바로 권상우다.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역적 부흥수 역을 맡아 첫 악역에 도전한 권상우는 이번 작품에서는 맨몸 액션이 아닌 검술 액션을 선보인다. 특히 권상우가 맡은 부흥수는 무치와 대척점에 선 인물로, 무치와 부흥수 사이 대립과 액션은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강하늘은 권상우와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곧바로 "액션에 관련해서는 내가 호흡을 말씀드릴 만한 분이 아니다"라고 입을 뗐다.
"상우 형님이 저와의 호흡을 이야기해 주셔야 해요. 저는 고수에게 한 수 한 수 배우는 느낌이었어요. 저도 나름 작품마다 액션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액션을 해보면서 느낀 건 상우 형님이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정말 유기적으로 잘한다는 거였어요. 그건 훈련한 게 아니라 본능적인 거죠. 상우 형님은 액션에 관해서는 진짜 탑이라 생각해요." 이처럼 강하늘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들과 호흡을 맞추고, 액션은 물론 블루스크린 앞에서는 상상력을 발휘해 가며 '해적: 도깨비 깃발' 속 무치를 열정적으로 스크린에 그려냈다. 무치를 온전히 무치로 만들 수 있었던 건 그의 말마따나 '팀워크'였다. 그는 '해적: 도깨비 깃발'의 매력 역시 팀워크라고 말했다.
"제가 지금까지 봐 왔던 해양 액션 어드벤처는 보통 먼치킨(엄청난 능력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캐릭터)와 같이 굉장히 강하거나 큰 상징성을 가진 특정 인물 한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나갔어요. 그런데 그런 영화들과는 다르게 '해적: 도깨비 깃발'은 조금 더 여러 캐릭터가 어우러져 있어요. 그리고 으쌰으쌰 한다기 보다 그 안에서 티격태격 하면서도 그게 더 가까워 보이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팀워크가 살아있는 작품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