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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하우스 오브 구찌' 명품 뒤에 숨은 추악한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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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하우스 오브 구찌' 명품 뒤에 숨은 추악한 욕망

    외화 '하우스 오브 구찌'(감독 리들리 스콧)

    외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더블 G 모노그램과 초록-빨강-초록으로 이뤄진 GRG 웹으로 대표되는 명품 '구찌(Gucci)'. 화려하고 값비싼 명품의 이름 구찌 뒤에 숨겨진 몰락의 역사 시작에는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돈, 권력, 야망 등 다양한 욕망의 이름들이 뒤엉켜 만든 구찌 왕국 몰락의 역사를 그려낸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곧 무수한 몰락 역사의 이름이다.
     
    화려한 스타일과 매력적인 외모, 당당함으로 어디를 가든 모두의 주목을 받는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레이디 가가)는 우연히 파티장에서 마주친 마우리찌오 구찌(아담 드라이버)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마우리찌오와 결혼해 구찌 가문의 여인이 된 파트리치아는 점차 구찌의 화려한 세계에 빠져들면서 감출 수 없는 욕망을 품기 시작한다.
     
    파트리치아는 영리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사업 통제권을 둘러싼 구찌 패밀리들의 권력 다툼에서 소외된다. 그녀는 마우리찌오를 구찌의 유일무이한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판을 짜 구찌를 뒤흔들기 시작한다.
     
    외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무려 20년 동안 염원했던 구찌 가문의 이야기가 '하우스 오브 구찌'라는 이름으로 스크린에 그려졌다. 영화는 구찌 가문 사람이 된 파트리치아 레지아니의 시선을 통해 본 구찌 가문의 몰락사를 감독 특유의 유머와 화법을 가미해 풍자적으로 그려냈다.
     
    그들만의 왕국을 쌓아 올렸던 구찌 사람들 사이 다툼은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이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면서도 고고한 구찌가(家)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욕망,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인물이 바로 영화의 중심에 서 있는 파트리치아다. 동시에 구찌가에 입성한 파트리치아는 점차 욕망에 물들며 몰락에 함께한다.
     
    그들만의 왕국에 갇혀 살던 구찌 사람들도, 구찌의 일원이 되고 싶던 사람도 모두 몰락으로 가는 '하우스 오브 구찌'는 구찌를 통해 보는 모든 욕망의 몰락사라고 할 수 있다. 구찌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숱한 몰락 역사의 근원에는 '욕망'이 있다. 욕망의 파괴적인 속성에 관해 구찌라는 화려한 명품의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감독은 왕국 멸망의 서사를 희화화와 풍자로 꼬집는다.
     
    구찌가문 몰락의 서사는 수많은 왕국의 몰락 서사와 궤를 같이한다. 그들만의 왕국에 갇혀 그들만 모르는 아슬아슬한 현재의 영화에 취해 과거만 바라보고, 권력과 부에 집착하고, 탐욕에 빠지고, 허영에 빠져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등 몰락 왕조의 길에서 보이는 모든 것이 구찌가 안에서도 이뤄진다.
     
    외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구찌가의 몰락은 어느 한 사람의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다. 구찌가라는 거대한 욕망의 집합체에 서로 다른 욕망들이 몰려들며 자연스럽게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캐릭터들의 특성과 그들을 표현하는 방식을 통해서도 그려진다.

    파트리치아, 마우리찌오를 비롯해 파올로 구찌(자레드 레토), 알도 구찌(알 파치노), 로돌포 구찌(제레미 아이언스) 등 영화 속 각 캐릭터는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어두운 욕망들을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바로 구찌 가문 안에 깊이 스며든 돈, 권력, 야망, 허영, 과거에 대한 집착 등이다.
     
    캐릭터들은 제각기 각자의 성격, 즉 자신이 대변하는 욕망의 성질만을 강렬하게 이야기한다. 각 캐릭터, 그러니까 각 욕망들은 그저 강렬하게 자신의 영역만을 넓히기 위해 자기주장을 하고 다른 속성의 욕망과 부딪히길 반복한다. 이질적이면서도 절대 하나로 뭉쳐질 수 없는 것들을 억지로 한곳에 모아두는 것은 다름 아닌 '구찌 왕국'이라는 허명뿐이다.
     
    화려하고 고고한 척하지만 그 속은 뒤틀려 있는 구찌가의 이면을 보다 보면, 어쩌면 추악한 욕망이 그 실체를 가리기 위해 화려함으로 치장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로부터 나온 소위 명품을 향한 욕망들과 그 욕망의 끝없는 연결고리의 시작점에 놓인 것이 몰락이라는 점이 그 자체로 우스꽝스러운 지점이다.
     
    또한 자신들의 왕국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로 인해 왕국은 무너지고, 결국 그렇게 외치던 '구찌 가문'이 아닌 외부인, 그것도 이탈리아인도 아닌 미국인에 의해 구찌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렸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구찌 왕국에 있어서는 블랙코미디와 다름없을 것이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상반된 것들의 만남,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어울림 등이 거듭해서 나오는 것도 구찌가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보인다.
     
    외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수십 년에 걸친 구찌가의 몰락이라는 장대한 서사의 흐름 안에서 진행되다 보니 인물 개개인의 변화와 그 원인, 특히 파트리치아와 마우리치오의 개인과 그 둘 사이 관계 변화의 원인 등을 구체적으로 뒤쫓지는 않는다. 다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하우스 오브 구찌'가 말하고자 한 핵심, 즉 그들이 각자의 욕망에 빠져 욕망에만 충실하다 서로가 보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구찌가의 화려함을 완성한 영화 속 의상, 그리고 다채로운 욕망과 화려한 왕국 속 아이러니를 섬세하게 그려낸 배우들 호연이 '하우스 오브 구찌'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그중에서도 구찌 왕국 한가운데에서 몰락의 모든 것을 지켜본 파트리치아를 연기한 레이디 가가의 열연은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외에도 아담 드라이버, 알 파치노, 자레드 레토,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하는 인물들과 그들이 가진 속성을 살펴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158분, 1월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하우스 오브 구찌'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하우스 오브 구찌'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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