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 반드시 영화를 관람한 후 리뷰를 볼 것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무기는 초인적인 힘이나 웹 슈터를 통해 발사하는 거미줄 등이 아니다. 바로 피터 파커이자 스파이더맨이 지니고 있는 '선의'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스파이더맨의 선의와 책임에 관한 이야기이자, 20년을 지나온 스파이더맨과 팬들을 위한 스파이더맨식 헌사와 같은 영화다. 탄성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의 계략으로 세상에 정체가 탄로 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하루아침에 평범한 일상을 잃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가 열리면서 각기 다른 차원의 불청객들이 나타난다.
닥터 옥토퍼스(알프리드 몰리나)를 비롯해 스파이더맨에게 깊은 원한을 가진 숙적들의 강력한 공격에 피터 파커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터 파커와 MJ(젠데이아), 네드(제이콥 배덜런)가 함께한다.
외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전 세계가 기다려 온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진가를 확인시켜주는 마지막 시리즈이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서로 다른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공통으로 관통하는 중심 명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노 웨이 홈'은 왜 우리가 '스파이더맨'을 사랑했고,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왜 20년 동안 감독과 주연 배우를 달리하면서도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답이 모두 담겼다. '노 웨이 홈'을 보고 나면 다시 한번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지난 20년의 여정을 다시금 찬찬히 밟아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외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힘이자 진가를 보여주는 것은 바로 피터 파커가 가진 '선의'다. 어벤져스에 합류하고, 우주적인 빌런으로부터 지구를 구한 히어로가 됐지만 스파이더맨은 여전히 우리의 친절한 이웃이다. 웹 스윙으로 고공을 누비면서도 여전히 땅에 발붙인 피터 파커이자 스파이더맨이 보여줬던, 그리고 앞으로도 보여줄 선의의 가치가 '노 웨이 홈'에 집약됐다.
이번 영화에는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을 아는 다른 차원의 빌런들이 모두 현재 피터의 세계로 온다. 닥터 옥토퍼스(오토 귄터 옥타비우스/스파이더맨 2, 알프리드 몰리나), 그린 고블린(노먼 오스본/스파이더맨 1, 윌렘 대포), 일렉트로(맥스 딜런/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제이미 폭스), 샌드맨(플린트/스파이더맨 3), 리저드(커티스 커트 코너스/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 리스 이판)이 등장한다. 여기서 스파이더맨의 선의가 빛을 발한다.
'노 웨이 홈'에서도 빌런들의 입을 통해 나오지만 '스파이더맨' 시리즈 속 빌런들은 모두 사연이 있는 인물이고, 피터는 그런 빌런들을 보며 안쓰러워하고 예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닥터 스트레인지의 결정에 반대해 그와 맞부딪히면서까지 피터는 빌런을 한 명의 이웃으로서 대한다.
외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이처럼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에게 이웃은 경계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 소수자들마저 포함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렇기에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이나 토르 등의 거대한 성인 히어로보다 소소한 영웅처럼 보여도, 사실 진정한 의미의 영웅인 것이다. 이는 스파이더맨이 선의를 선의가 가진 힘을 알고 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땅에 발 디디고 있는 히어로기에 가능한 것이다.
감독은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가 갖는 참된 의미를 단지 이 시대의 스파이더맨만을 통해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세계를 지켜온 세 명의 스파이더맨, 그러니까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속 토비 맥과이어,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부작 속 앤드류 가필드까지 소환해 해묵은 원한과 피터들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어루만진다.
경계 바깥에 있던 것은 오직 죽음만을 기다렸던 빌런만이 아니라 상처 입고 아픔을 간직한 채 히어로로 살아와야 했던 스파이더맨들도 있다. 세 명의 스파이더맨들은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이 짊어지고 있었던 책임의 무게, 트라우마를 털어놓고 또 일부는 해소하기도 한다. 이처럼 스파이더맨들과 빌런들을 모두 아우르며 감싼 영화는 스파이더맨이 말하던 선의와 책임을 영화적으로도 보여준 것이다.
외화 '스파이더맨'(사진 위)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사진 아래) 속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팬들에게도 '노 웨이 홈'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앤드류 가필드에 이어 토비 맥과이어가 등장하는 순간은 팬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웹 슈터 등 비슷하고 같으면서도, 또 다른 점을 발견하는 재미에 더해 팬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어메이징한 장면과 어메이징한 대사도 많이 나온다. 세세한 부분까지도 모두 20년 '스파이더맨' 팬들을 위한 소소하지만 큰 행복이 담긴 선물들로 채워졌다.
'노 웨이 홈'을 보다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는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노 웨이 홈' 이전 '홈커밍' '파 프롬 홈'을 보는 게 좋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닥터 스트레인지'와 '베놈' 시리즈,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완다비전'까지 본다면 쿠키 영상까지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 2개의 쿠키 영상은 '스파이더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멀티버스 시대를 알린 MCU가 보여줄 거대한 우주적 세계관이 기다려지게 만든다.
팬이라면 의외로 휴지가 필요한 영화다. 그리고 여분의 마스크를 준비해 가는 것도 추천한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관련된 모든 기사와 글을 멀리하는 건 필수다. 영화가 주는 감동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말이다.
148분 상영, 12월 15일 개봉, 쿠키 2개 있음, 12세 관람가.
외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포스터. 소니 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