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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태일이' 현재에 되살린 전태일의 삶과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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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태일이' 현재에 되살린 전태일의 삶과 외침

    영화 '태일이'(감독 홍준표)

    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 스포일러 주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자신의 삶과 생을 바쳐 온몸으로 노동자의 존재와 그들이 겪는 부당함을 외치며 희망과 연대의 길을 열었던 전태일 열사. 그의 삶이 스크린에 되살아났다. 이번엔 애니메이션 안에서 노동운동가나 혁명가로서가 아닌 '인간 전태일'의 면모를 드러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청년 전태일의 모습은 그가 스물두 살 나이에 죽음으로 외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평화시장에서 재단사 보조로 취직한 태일이는 정식 재단사가 되어 가족의 생계도 꾸리고 동생들 공부도 시키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열심히 일해 재단사가 된 태일이의 눈에 띈 것은 죽도록 일하고 커피 한 잔 값도 받지 못한 채 피를 토하는 어린 여공들 얼굴이다.
     
    동료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근로기준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에 스물두 살 청년 태일이는 스스로 희망의 불꽃이 되고자 결심한다.
     
    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영화 '태일이'(감독 홍준표)는 전태일 열사의 삶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첫 작품이다.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에서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22세 청년 전태일. 영화는 그가 미싱사 보조로 시작해 재단사를 거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행동했던 그 시절 '청년 전태일'의 모습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태일이'는 전태일 열사의 목소리가 희미해져 가는 지금, 노동이란 단어가 여전히 나와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단어처럼 들리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노동자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이자 목소리를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태일이' 속 전태일 열사는 우리가 알고 있던 이미지나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감독 박광수) 속의 모습과는 달리 애니메이션의 외피를 입고 다정하고 따뜻하게 되살아났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태일'이 누구인지,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왜 현재 우리에게 '노동운동가' '혁명가'로 기억되는지 알리기 위해 청년 시절의 사연과 과정을 돌아본다.
     
    이처럼 '태일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그리고 혁명가로서 투쟁의 삶보다 인간 전태일 혹은 청년 전태일의 삶에 초점을 맞추면서 진입장벽을 낮추고 모든 세대가 접근하기 좋게 만들었다.
     
    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인간 전태일의 존재와 그 삶을 알리기 위해 영화는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평화시장 시기를 돌아보고, 전태일 열사와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조명한다. 태일이는 주변 사람들, 즉 가족은 물론이고 여공과 동료들까지 마치 가족처럼 보듬는다. 일터에서 만난 사무적 관계를 떠나 그들의 삶을 진심으로 들여다보고 돌봤다.
     
    그런 태일이였기에 그들이 겪는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고 누구보다 앞서서 행동했다. 태일이는 홀로 자신의 권리를 위해 나선 게 아니라 모두의 삶, 모두의 행복을 위해 나섰던 것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캐릭터의 외형이나 작화 분위기, 영화의 색감 역시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태일 열사의 이미지가 강렬하고 거칠다면, '태일이' 속 태일이는 캐릭터부터 영화의 온도 자체가 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췄다.
     
    캐릭터들은 배우들 목소리 연기에 힘입어 관객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전태일 열사, 그리고 노동이라는 주제가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관객에게도 접근하기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한 장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태일 열사의 삶과 투쟁 중에서 가장 강렬하게 사람들에게 인식된 것 중 하나가 분신일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며 스스로 불을 붙였던 전태일 열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을 '태일이'는 마치 빛나면서 온몸으로 외치는 것처럼 표현했다. 앞서 청년 태일이의 평범하고 따뜻한 삶을 거쳐 왔기에, 뜨겁게 빛나는 태일이의 외침은 더욱 울컥하게 다가온다.
     
    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일단 '태일이'는 극장을 찾은 관객을 위해 전태일이란 사람에 대해 알게 된 후 그가 했던 행동과 외침, 노동자의 의미와 현실 등 좀 더 깊은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영화 속 태일이가 주변 사람들이 겪는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뒤져봤듯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전태일 열사에 대한 호기심에 적어도 한 번쯤 전태일 열사에 대한 책이나 자료 등을 뒤져보게 될 수밖에 없다.
     
    전태일 열사의 시대 이후, 그의 외침 이후 분명 노동자의 삶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태일 열사의 외침과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간절한 때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부당노동행위와 억울한 노동자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의 비극과 목소리를 외면하는 분위기 역시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태일이'가 나온 이유는 하나다. 전태일 열사의 삶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고, 우리 모두가 노동자이자 우리 모두가 전태일이 되어야 한다는 다음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 '한걸음'을 디디게 돕는 것이다.
     
    99분 상영, 12월 1일 개봉, 전체 관람가.

    영화 '태일이' 포스터. 명필름 제공영화 '태일이' 포스터. 명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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