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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박소담 '특송'이 열어젖힌 여성 원톱 액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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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박소담 '특송'이 열어젖힌 여성 원톱 액션의 길

    영화 '특송'(감독 박대민)

    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영화 속 여성 배우들의 위치가 달라지고 특별한 활약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영화 '특송'은 넓고 다양한 또 다른 길을 선보였다. 배우 박소담이 보여준 원톱 액션물 '특송'은 박소담이 가진 액션 배우로서의 재능을 입증한 동시에 여성 액션 영화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는 어쩌다 맡게 된 반송 불가 수하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원까지 떠안게 된다. 더군다나 반송 불가 수하물의 정체는 "내 이름은 김서원(정현준)"이라고 강조하는 어린아이다. 그렇게 은하는 서원과 함께 조경필(송새벽)을 주축으로 한 경찰과 국정원의 타깃이 돼 도심 한복판에서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인다.
     
    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영화 '기생충'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 박소담. 그가 주연을 맡은 '특송'(감독 박대민)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나 '베이비 드라이버' 등 현란한 기어 변속과 드리프트, 속도감으로 가득한 영화에서 볼법한 파워 드라이빙 액션은 물론 강도 높은 격투신이 돋보이는 여성 원톱 액션 영화다.
     
    '특송'은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흔히 남성성의 상징이자 남성의 전유물로 알려진 자동차와 자동차 액션에 관한 고정관념을 뒤집고 제대로 된 카체이싱과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영화 내에서도 여성인 은하를 향한 편견을 드러내는 대사와 시선이 등장하는데, 은하는 이를 멋지고 시원하게 전복시킨다.
     
    이를 통해 여성의 액션은 시시하거나 감성적일 것이란 편견과 우려를 걷어낸다. 여전히 액션을 비롯한 많은 영화 안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과 달리, '특송'은 보편적인 여성, 능력 있는 여성, 일상적인 여성의 모습에 집중한다.
     
    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이를 가능하게 한 건 감독의 영리한 선택이다. 물론 기시감이 느껴질 수도 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아는 영화는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끝을 향해 나아간다. 흔히 범할 수 있는 지나친 감상 내지 추억팔이, 그리고 각자가 가진 상처에 얽매여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기보다는 지금 현재에 충실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여성' 원톱 액션을 지나치게 의식할 경우 여성 본연이 가진 모습을 제거하고 남성성을 부여하고자 하며 오류를 범하다가 길을 잃고 관객과의 괴리감만 생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특송'은 은하라는 여성이 갖는 모습을 억지로 포장하거나 여성의 모습을 일부러 버리려 한다기보다 있는 그대로 가져가고자 한다.
     
    무엇보다 '특송'은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고, 액션 영화가 가져가야 할 속도감을 잃지 않는다. 액션이라는 장르 영화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액션이다. '특송'이라는 제목답게 특송이라는 큰 줄기를 중심으로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는 스토리까지 가져가려 애쓰기보다 박소담의 역할과 이에 따르는 액션 시퀀스를 끝까지 가져간다.
     
    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박소담이 맡은 은하 역과 은하의 임무, 즉 특송에 집중하게 되다보니 은하와 대척점에 서 있는 조경필의 역할과 그와의 대립 역시 극명하게 드러난다.
     
    조경필에게 악인이 된 사연을 부여하기보다 사람보다 돈을 소중하게 여기는 부패한 형사라는 '절대악'에 한정시킨다. 이를 통해 악인인 경필을 응징할 때도 감정적인 미련보다 권선징악의 쾌감이 짜릿하게 느껴진다. 조연들 역시 과도하게 은하와 경필 사이 대립에 끼어들지 않고 조력자이자 악당으로서 적절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에, 오히려 그들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영화 속 사건을 유발하고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핵심인 은하와 서원 사이 관계 역시 흔히 많은 영화에서 볼 법한 유사 부모 관계 등 위계적인 구조로 만들지 않은 것도 '특송'의 장점 중 하나다.
     
    부모가 없는 은하와 서원의 관계를 단순하게 그들에게 없는 자리를 채워주는 존재로 설정하거나, 서원 역시 단순히 은하에게 구원받는 존재가 아니라 은하에게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비교적 동등한 위치에 놓이고자 한다. 위계나 유사 부모로 얽히는 게 아니라, 아픈 과거를 가진 동질감을 공유하는 보다 동등한 관계를 형성한다.
     
    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그렇기에 '제2의 000' 혹은 '여성판 000'의 수식어보다 '박소담의 원톱 액션'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게 더 어울리는 영화다. 특히 박소담이 선보이는 또 다른 액션 영화가 기다려질 수밖에 없게 만들 정도로 액션 시퀀스는 강렬하다.
     
    좁은 골목을 질주하는 카체이싱, 주차장에서 벌어지는 파워 드라이빙 액션,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등장하는 박소담의 맨몸 액션 등은 영화의 백미다. 온몸을 던지는 강렬한 액션 연기는 박소담이 액션 배우로서도 뛰어난 재능이 있음을 증명한다.
     
    배우들의 믿고 보는 연기 역시 관전 포인트다. 박소담을 비롯해 송새벽, 김의성, 그리고 '기생충'에서 다송 역으로 나왔던 정현준의 연기와 그들의 케미가 몰입을 높인다. 송새벽의 부패한 경찰 연기, 악역으로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김의성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시 재미 가운데 하나다. 가끔씩 모습을 비추는 은하의 반려묘가 내뿜는 사랑스러움 또한 힐링 포인트다.
     
    108분 상영, 1월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영화 '특송' 메인 포스터. NEW·엠픽처스 제공영화 '특송' 메인 포스터. NEW·엠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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