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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백악관이 펜타곤을 비워달라는 상상

기자수첩

    [뒤끝작렬]백악관이 펜타곤을 비워달라는 상상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군 원로들도 청와대 용산 이전 반대…보수·진보 떠나 공통된 인식
    국민 소통 위해서라는데 행태는 불통…쫓기듯 강행처리 왜?
    청와대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으로 변질?…지나친 '공간 결정론'
    5월10일 靑 개방하려면 미리 시설‧장비 철수해야…국정 차질 우려
    권력 말 한 마디에 국방부 이삿짐 신세…일개 공기업 이전보다 못해

     20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용산 국방부 청사(윗 사진) 모습과 청와대 자료 사진. 연합뉴스 20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용산 국방부 청사(윗 사진) 모습과 청와대 자료 사진. 연합뉴스오죽하면 역대 합참의장들마저 사실상의 집단행동에 나섰을까? 군 최고위직을 지낸 예비역 4성 장군 11명은 최근 청와대의 국방부 청사 이전 반대 입장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라 할 만한 이들의 행동은 보수·진보를 떠나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공통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과의 소통도 좋고 개방도 좋지만 정작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까지 급히 서두르는지, 단 하루도 청와대에는 발을 들이지 않으려는 태도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물론 윤 당선인은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 "(청와대에) 들어가서 근무를 시작하면 여러 바쁜 일 때문에 (결국) 이전이 안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해명이다. 취임 후 바빠지는 것은 당연지사겠지만 지금이라고 결코 한가하지 않다. 오히려 임기 5년을 좌우할 금쪽같은 시간에 왜 소모적 논란을 자초하는지 국민들은 의아해한다.
     
    당장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해서 특정 시점까지 이전하겠노라 약속만 해도 될 일을 왜 이리 쫓기듯 하는지 속내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행여 좀 늦어지면 그 다음 정부가 해도 그만인 일이다. 그렇다 해도 윤석열 정부의 공로가 어디 가지 않는다.
     
    윤 당선인 말마따나 공간이 의식을 지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으로 변질되고야 만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공간 결정론이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5월 10일까지 청와대를 완전 개방해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날짜까지 못 박은 대목이다.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이 약속을 지키려면 청와대의 각종 기밀 시설·장비를 그 이전까지 무조건 철수 완료해야 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한 달여 임기가 심각한 국정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북한의 도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핵심 자산은 이미 용산에 넘어가있을 수 있다. 방대한 시설·장비를 임기 마지막 날 한꺼번에 옮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이전은 국격의 관점에서도 따져봐야 한다. 비상시도 아닌데 국가원수 집무실·관저를 이처럼 전광석화처럼 옮기는 일은 어디에도 유례가 없다. 가령 미국 백악관이 어느 날 갑자기 펜타곤(국방부)으로 이전할 테니 공간을 비워 달라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미국이 국제사회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지는 물으나 마나다. 그런 초현실적인 일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일개 공기업의 지방 이전도 오랜 협의와 공감대, 철저한 준비 끝에 하는 법이다. 언필칭 전쟁 위협이 상존하는 분단국가에서 권력의 말 한 마디에 안보의 최후 보루가 이삿짐을 싸게 생겼다. 아무리 상명하복이라지만 군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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