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평화회담 타결의 요구조건 일부를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비무장화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면서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한반도 상황과 비교하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중립국화 수용"…우크라-러, 평화협상 풀리나?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안보 보장과 중립국화, 비핵화 등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러시아어로 말했다.
러시아 평화회담의 핵심 조건으로 내걸었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에 이어 중립국화도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수용한 모양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사실상 포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주 터키에서 열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5차 평화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평화회담은 28일 또는 29일 열릴 예정이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립국화가 제3자에 의해 보장돼야 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러 갈등 계속…"러, 우크라 한국화(분단) 시도"
화상회의로 진행된 4차 평화협상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하지만 협상의 장애물도 남아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폴란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집권을 유지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다. 러시아의 정권교체를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으면서 러시아의 반발을 샀다. 다만 백악관은 미국이 러시아의 정권교체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러시아는 폴란드 국경에서 70km 떨어진 르비우 지역을 순항 미사일로 폭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나토 동부 최전선인 폴란드를 방문한 상황에서 나토의 공동 방어를 강조한 상황에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이 러시아 연방 가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합병할 때와 같은 수순을 밟겠다는 뜻이다. 또 국제사회는 돈바스 지역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고 병력을 투입했다.
이에 대해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한국화'하려는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고 볼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을 나누려고 시도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남한과 북한으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날을 세웠다.
우크라, 비무장화 수용 불가…나토 무기지원 요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목표 중 하나는 '비무장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하길 원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타협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영토 문제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다만 러시아가 원하는 비무장화에 대해 "비무장화를 계속 고집할 경우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또 앞서 서방 국가들을 향해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 나토가 보유한 전투기와 탱크의 1%를 넘겨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유엔(UN‧국제연합)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1119명이 숨지고 1790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어린이는 139명이 숨지고 205명이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