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나경원 전 의원이 "이동권 보장은 장애인의 생존"이라며 최근 '휠체어 시위대'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이준석 대표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나 전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에 대해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위법한 활동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라고 전제한 뒤 포문을 열었다.
나 전 의원은 "그러나 지하철에 100%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위하는 것을 조롱하거나 떼법이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수없이 좌절하고 현실에 부딪히면서 느꼈던 것은 바로 법과 제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떼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전장연의 '그때그때 달라요' 태도도 문제지만 폄훼, 조롱도 정치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가 선진국이라 하겠는가"라며 "게다가 고령인구가 늘어가는 이 시점에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큰딸과 함께 살고 있으며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경쟁했던 상대다.
한편 이준석 대표가 '휠체어 시위대'를 비난하면서 갈라치기 논란을 촉발한 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처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김예지 의원은 이날 안내견 '조이'와 함께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장연 기자회견 현장을 직접 찾았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감하지 못하고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며 승강장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는 정미경, 조수진 최고위원이 이 대표 발언을 지적했고, 지체장애인 이종성 의원의 경우 별도로 이 대표를 찾아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사들이 경복궁역 시위 현장을 찾았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임이자 간사는 "이준석 대표에게 사과하시라고 전달해 달라"는 전장연 박경석 대표 요구에 "그 말씀 전달해 올리겠다"고 했다.
인수위원인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동이 힘드신데 중증장애인 분들은 의사 표현이 어려워서 이렇게 출근길에 나와서 어렵게 투쟁하셨다고 생각한다"며 "자녀 중에 장애인이 있다면 이런 장애인 기본권에 대한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