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광장 선별진료소 모습. 황진환 기자1월 말부터 시작된 오미크론 유행이 약 11주 만에 감소세를 나타내며 정부는 유행의 정점을 지났음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신규 확진 규모를 제외하면 스텔스 오미크론 비중의 증가부터 아직 오지 않은 위중증 환자의 정점 등 곳곳에 위험 요인이 많아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세종된 스텔스 오미크론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른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오미크론 변이 하위계통 'BA.2'의 지난주 국내 감염 검출률은 56.3%다. 확진자 10명 중 5명 이상이 BA.2에 감염됐다는 뜻으로 기존 지배종이었던 BA.1을 서서히 대체하고 있는 형국이다.
BA.1보다 30% 정도 전파력이 빠른 BA.2의 확산과 함께 기존 오미크론 유행을 먼저 겪고 한숨을 돌렸던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선 재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3주 만에 확진자가 두 배 늘었고 영국도 이달 초 3만명대까지 내려갔던 확진자가 최근 10만명대로 급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과 달리 BA.1 유행 중 BA.2가 같이 유행해 현 확진 규모에 이미 동시에 영향을 주는 만큼 유행 흐름과 방향 자체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렇지만 BA.2의 비중이 커질수록 확진 규모의 감소폭이 줄고 유행 기간은 길어질 수는 있다고 본다.
②오지 않은 중환자·사망자 정점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에게 마스크를 교체 착용시키고 있다. 박종민 기자유행의 정점이 지났다고 해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의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 통상 신규 확진 발생 2~3주가량 시차를 갖고 늘어나기 때문에 그간 높은 확진 규모에 따른 영향은 이제야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8일 위중증 환자는 127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지난주 하루 평균 사망자는 353명으로 직전 주 대비 63명 늘었다.
방역당국은 국내외 연구진 분석을 토대로 위중증 환자의 최대 규모를 기존 2천명에서 최1300~1680명으로 낮췄지만 전문가들은 숨은 확진자와 계속된 완화 추세를 고려하면 더 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경계심을 늦출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③늘어나는 고령 환자…5명 중 1명이 60세 이상
황진환 기자감염에 취약한 60세 이상 고령 확진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위중증이나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를 확률이 제일 높은 연령대기 때문이다. 지난주 평균 60세 이상 확진자 비중은 18.4%로 27일에는 20.9%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말 이후 약 세 달 만에 20%를 넘기도 했다.
오미크론의 위험도는 델타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으로 비교적 낮다고 인식되지만 고령층에게는 여전히 안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주 코로나 사망자 2516명 중 94.9%에 해당하는 2387명이 60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 연령대 비중이 계속 늘어난다면 이에 비례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④방역완화 변수에 새 변이 출현 가능성도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이한형 기자예상보다 정점 규모를 더 키웠던 원인 중 하나인 '방역완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앞으로도 거리두기 등 남은 방역조치도 계속 완화될 것으로 보여 감소세를 누그러뜨릴 확률이 높다. 거리두기가 효과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동시에 유일한 방역수단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새 변이 출현 가능성도 주의해야 할 변수다. 국제보건기구(WHO)에는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가 재조합된 '델타크론' 변이가 보고돼있고 유럽 일부에서 출현하기도 했다. 또, 오미크론 세부 변이가 재조합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방역당국도 이러한 변이들은 아직 국내에는 유입되지 않았고 중증도나 백신 회피에 대해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지만 경계를 풀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언제든 새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며 대응체계를 확고히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