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가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에 대해 원심과 정반대로 심신미약을 인정해 오락가락 판결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때처럼 결정적 증거가 없는데도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인정해 봐주기식 판결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A(57)씨가 자신의 집에서 아내 B(51) 씨를 때려 숨지게 한 것은 지난 2020년 12월 13일이다.
A씨는 '물을 가져오라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거나 부엌에 볼일을 봤다'는 등의 이유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청각장애와 지적장애로 인해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해 9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청각장애와 지적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내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해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점에서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A씨가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B씨와 마찬가지로 청각 장애가 있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하지만 최근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고법 제2-1 형사부는 A씨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를 종합하면 A씨가 이 사건 범행 당시 경도 지적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심신 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인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잘못을 인정하며 초범인 점, 피해자를 상습 폭행하지 않은 점,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를 두고 오락가락 판결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결정적 증거인 A씨에 대한 전문가의 정신감정서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다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원심 판결 이후 추가로 제출된 증거도 없어 봐주기식 판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의 변호사는 "정신감정을 신청했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면서 "심신미약 상황을 뒷받침할 만 의무기록지와 참고인 진술 등 다수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