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강행 여부를 12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조직과 국민의힘의 반대가 거센 가운데 정면돌파를 택할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검찰 조직의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 추진에 대한 당론을 결정할 계획이다.
당 내부에선 검찰의 기소권·수사권 분리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강행처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법안 처리를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법안을 채택할지에 대해서는 일부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현재 당에는 떼어낸 수사권을 경찰에 주거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검찰 수사권 분리 대원칙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했고 후속조치 등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의총에서 국민, 당원 지지자 뜻이 모아져 결론에 도달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강행처리를 시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검찰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여론이 더 악화되기 전 신속한 강행처리 의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전날 검사장 회의에서 총장직을 걸고 검수완박 입법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또 최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실형이 구형된 상황도 당 내 조바심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대선 패배 등 실력이 없는 건 극복할 수 있지만 정치인으로서 공약을 지키지 않아 신뢰를 잃으면 되돌릴 수 없다"며 "개혁 입장을 정했으면 짧은 시간에 속도감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당 김용민 의원도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날 당론 채택 가능성에 대해 "분위기 상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기소 분리 자체에 반대하는 의원은 한 명도 없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다만,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이소영 비대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검찰개혁의 명분과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국민들이 동의하고 공감해야만 실제 사회 변화와 제도 안착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냈다.
이 위원은 "어느새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쫓아내기'를 검찰개혁과 동일시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진영 전체가 한 검사 개인과 대립하기도 했다"며 "수사·기소 분리의 목표는 어떤 기관으로부터 권한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효율적·합리적 국가 수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입법 강행을 반대하는 이런 목소리에는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는 모양새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일부 강성 지지층의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율사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 법안부터 챙기자는 반대 의견도 상당하지만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당 지도부의 기반도 허약해 장악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부 강성 의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민주당이 검수완박 정면돌파를 택할 경우 이에 대한 반발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의힘은 입법 강행 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국이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 지형도 고립된 모양새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정의당은 여영국 대표는 전날 "민주당이 불 지핀 검수완박으로 다시 검찰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일체의 논란과 행동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시기도 방식도 내용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