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케이타 자료사진. 한국배구연맹 제공2021-2022 V-리그 시즌 초반, 남자부 인기는 처참했다.
2020 도쿄올림픽 열풍을 일으킨 여자 대표팀의 인기를 업은 여자부는 뜨거웠지만 남자부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뚝 떨어졌다. 여기에 대한항공 정지석의 데이트 폭력 논란까지 겹쳐 남자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래도 7개 구단은 봄 배구를 향해 마지막까지 치열한 승점 싸움을 펼쳤다. 리그는 엎치락뒤치락 순위 경쟁을 펼쳤고 포스트시즌까지 긴장감을 이어갔다.
일찌감치 코로나19를 겪은 것도 도움이었다. 리그가 중단됐지만 남자부 팀들은 수습할 시간이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자부는 리그가 조기 종료됐고, 포스트시즌까지 취소댔다. 이에 남은 관심은 남자부로 쏠렸다.
포스트시즌 흥행의 주역은 KB손해보험과 케이타였다. 정규 시즌 종료 직전 케이타는 1285득점을 기록해 역대 V-리그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케이타는 한국전력과 단판 플레이오프에서 팀의 승리를 견인했고 구단에 첫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안겼다.
시즌 2위 KB손해보험과 1위 대한항공은 3판 2선승제로 치러진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3차전 5세트 듀스 승부를 펼쳤다. 수준 높은 배구에 긴장감까지 더해져 배구 팬들은 열광했다.
KB손해보험은 1차전 원정에 힘없이 무너졌지만 2차전 케이타와 함께 홈에서 역전승을 일궈냈다. 승부를 최종 3차전으로 끌고갔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케이타는 양 팀 최다인 57점을 몰아치는 괴력을 뽐냈다. 역대 챔프전 1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이었다. KB손해보험은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케이타 덕분에 KB손보 팬들은 눈 호강을 제대로 한 챔피언 결정전이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서브를 넣는 KB손해보험 케이타. 한국배구연맹 제공시즌은 끝났다. V-리그 남자부 최대 관심사는 케이타의 이적 여부다.
이미 케이타는 이번 시즌 종료 전 이탈리아의 한 구단과 2022-2023시즌 계약을 마친 상황. 그러나 케이타는 KB손해보험에 남는 선택지를 꺼내들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케이타가 잔류 의사를 밝혔다"면서 "선수들과 관계, 배구 환경, 특히 부모님도 케이타가 안전한 곳에서 배구 경기를 하는 것에 만족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가족 사랑이 남다른 케이타에게 부모님의 권유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관계자는 "이탈리아 구단이 제시한 연봉은 기존 케이타가 V-리그에서 받는 외국인 선수 연봉 최대치(60만 달러/약 7억4000만 원)와 크게 차이가 없다"며 "보도에서 나오는 이탈리아배구협회가 제시한 100만 유로(약 13억3000만 원)와 가족 귀화 조건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
앞서 어떤 상황이 오갔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현 상황은 케이타가 팀에 남고 싶어 한다는 것이 KB손해보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다음 시즌에도 케이타는 V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있다.
KB손해보험 케이타 자료사진. 한국배구연맹 제공케이타는 잔류 의사를 밝혔지만 선택지는 이탈리아 구단이 쥐고 있다. 이미 계약을 마친 상황에서 해당 구단이 거부하면 케이타는 V-리그에 남을 수 없다. KB손해보험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해당 구단에서 케이타의 잔류에 대해 위약금으로 얼마나 요구할지 알 수 없다. 여기에는 어떠한 상한선도, 규정도 없다. KB손해보험이 적극적으로 케이타를 원하는 것을 알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기존 계약대로 케이타를 쓰면 된다. 이탈리아 구단은 아직 KB손해보험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KB손해보험 케이타. 한국배구연맹 제공
조급한 것은 KB손해보험이다.
다음 시즌 V-리그에 뛸 외국인 선수는 오는 16일까지 트라이아웃 신청서를 한국배구연맹에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를 내지 않으면 다음 시즌 V-리그에서 뛸 수 없다.
시즌 중에 케이타가 이탈리아 구단과 계약을 파기해도 국내에서 뛸 수 없다. V-리그 규정상 대체 외국인 선수 역시 트라이아웃 신청서를 낸 선수만 계약할 수 있다.
개인 일정을 위해 해외로 잠시 출국한 케이타는 오는 17일 귀국한다. 이어 18일 2021-2022 V-리그 시상식에 참여한다. 이후 케이타는 구단에서 마련한 행사를 마치고 21일 출국한다.
케이타와 KB손해보험은 어떤 소식을 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