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강남구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후보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주52시간제 개정 논란 등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후보자는 15일 서울 강남구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TF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언론 보도를 보니 현장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분이 계시고, 전기차로 법정 전환 하면서 구조조정으로 (쌍용차) 노사 간의 전운이 감돈다는 기사를 봤다"고 입을 뗐다.
이어 "일자리 문제, 노사관계 문제, 그리고 산업안전보건 문제 어느 것 하나 지금 우리 사회 편안한 게 없는데 이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서 어깨가 매우 무겁다"고 후보 지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에 대해서는 "수차례 노사 간의 이견 다툼으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단일 업종으로 가는 것이 정치, 경제, 사회적인 조건 속에서 맞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88년 (최저임금이) 도입되면서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할 수 있게끔 법 조항에 따라서 1년 해보았는데 그것이 한국 사회에서 맞지 않다고 논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를 둘러싼 경제 환경이나 현실이 바뀌면 바뀔 수도 있겠다"면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 사, 공익이 서로 객관적인 자료를 놓고 대화를 통해서 풀어가는 것이 맞다"고 매듭지었다.
답변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이른바 '1주 120시간씩 일해도 된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선거 과정에서 많은 해명도 있었고, 젊은 IT 업체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근로기준법의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부분을 개정해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노동시간을 여야 합의로 개정했고, 정착 내지 안정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우선 중요한 것은 (주52시간제를) 안착시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특별한 업종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부분들은 노사 간의 의견이 다르고, 많은 부분에서는 '그 정도면 됐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하면서도 윤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서는 "시행 과정에서 생기는 경직성, 획일성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부분들을 노동권, 노동자 건강권, 휴식권과 균형을 지키면서 기업 경영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방안을 고민하자는 취지로 말씀하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장관 후보로 지명받은 직후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대책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이 후보자는 "노사 모두 (중재재해처벌)법이 미비하다고 하는데, 국회에서 제정된 지도 얼마 안 됐다"며 "노사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새 정부의 노동 정책의 방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큰 방향은 공약을 보면 공정, 유연, 안정성으로 제시됐다"며 "노동시장을 공정하게 보면서 급변하는 경쟁 환경 속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면서도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산업안전 등이 같이 가야하기 때문에 공정, 유연, 안정성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는 노사가 대화하고 충분한 실태조사 등을 통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한 노사정 대화에 민주노총의 참여 여부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미리 예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이 후보자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대와도 대화를 거부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고 협치라는 논평을 민주노총에서 냈다. 이것이 대화하는 자세"라고 높게 평가하면서 "내정자 신분으로 말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