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이제 승리가 아니라 잘 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6.1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을 한 은수미 성남시장이 지난 20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패배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동안 인간의 존엄과 신뢰에 기초해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어떠한 회한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간 존엄' 위한 정치 위해 노력…실패했지만, 회한은 없다"
은수미 성남시장. 성남시 제공은 시장은 '부정채용 의혹' 등으로 그동안 검·경 수사의 표적이 돼왔다. 또 지난달부터는 주 1회 이상의 재판도 진행 중이다. 그 스스로도 "요즘 마치 지옥을 겪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할 만큼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자신을 아끼는 지인들이 그동안 '독해져야 한다'는 조언도 참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예를 들어, '공격받은 만큼 보복하고 고소당한 만큼 고소하지 않아서 네가 당하는 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싸워야 한다'와 같은 말이다.
은 시장은 그러나 "이런 공격적인 정치가 싫고 불편하다"며 "그래서 나는 이 시대에 맞지 않고 결국 잘 실패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은 시장은 인터뷰를 이어가는 내내 차분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는 "예수께서는 누명을 쓰고 모욕과 조롱과 돌팔매질을 당하며, 제자들마저 배반하는 와중에 홀로 십자가에 못박히는 참담함을 이겨내셨다"며 "그 힘은 바로 '사랑'에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의 삶을 통해 요즘 오히려 큰 위로를 얻고 감사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임기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사업에 대한 물음에는 시민들을 위해 추진한 복지정책을 꼽았다.
은 시장은 "4년 동안 아동 수당 100% 지급, 아동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 대기자 없는 초등돌봄 등 아동 3대 기본 복지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며 "그 결과,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8호선 연장을 통해 하나된 성남에 방점을 찍고, 3호선을 통해 테크노밸리 2.3 인근 교통 편의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며 "임기 내 성남시민들이 교통 때문에 불편이 없도록 모든 사업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시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그동안 추진하던 교통 편의 개선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인 개인의 억울함 푸는 선거는 안돼…불출마 이유"
은수미 성남시장. 성남시 제공은 시장은 특히 성남시 공직자들에게 각별한 애정과 감사도 전했다.
그는 "저를 둘러싼 세간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직자들께서 저에 대한 '비난' 보다는 '우호' 또는 '중립'의 입장을 지켜주셨다"면서 "공직사회에서 이런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초단체 공무원들은 군대로 비유하면, 직접적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보병"이라며 "우리 주변에 혹 학대 아동은 없는지, 도움이 필요한 독거노인은 없는지 책임감을 가지고 한 번이라도 더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은 시장은 6월 지방선거에 불출마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성남시장 선거가 정치인 개인의 억울함을 풀거나 의혹 제기에 대한 해명이나 반론을 펴는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핵심은 인간에 대한 감수성"이라며 "차기 성남시장은 공감능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분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경 수사에 대해서는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은 시장은 "검찰이 수십 회에 걸쳐 진술조서도 남기지 않고 증인들을 심문했으며, 심지어는 '변호사 없이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요구하는 횡포도 부렸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 측 증인의 진술 번복도 반복되고 있어 검찰의 짜깁기 수사 의혹도 있다"며 "앞으로 하나 둘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 시장은 퇴임 이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지난 40년간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이제는 나를 위해 시간을 좀 쓰고 싶다"고 말했다.